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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영권 포기를 선언한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 |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자칫 경영권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경우 채권단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채권단은 대한전선 내부 결정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대한전선 측이 경영권 포기를 빌미로 추가 자금지원 등을 요구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은 7일 원활한 구조조정 진행을 위해 경영권을 포기하고 사장직에서도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설 사장이 물러난 뒤에도 대한전선은 현재 대표이사인 강희전 사장이 계속 경영하게 된다.
대한전선은 지난 2004년 설원량 회장이 사망한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으나 무분별한 투자와 경기침체에 따른 자산 부실화 등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돼 구조조정 절차에 착수했다.
설 사장은 지난해 2월 오너 책임경영을 선언하고 강 사장과의 2인 대표이사 체제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직함을 기존 부회장에서 사장으로 낮출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설 사장은 취임 직후 보유 지분 전량을 담보로 채권단으로부터 4300억원 규모의 협조융자를 이끌어냈으며 올 들어서도 싱가포르와 사우디, 호주 등에서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는 등 실적 회복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실제로 대한전선은 올 상반기 기준 1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업이익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경기침체 지속으로 구조조정 대상인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할수록 손실 규모가 커지는 데 따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설 사장은 “선대부터 50여년간 일궈 온 회사를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제가 떠나더라도 임직원들은 마음을 다잡고 지금까지 보여준 역량과 능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채권단과의 재무구조 개선안 협의가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경영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비쳐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차입금이 현저히 줄고 대형 수주가 잇따르는 등 구조조정의 최종 단계에 와 있다”며 “설 사장의 경영권 포기 결단으로 회사는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조기에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등 대한전선 채권단은 회사 내부적으로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영권 포기 조건으로 추가 자금지원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사태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실제로 채권단은 설 사장의 경영권 포기 발표가 나온 직후 긴급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장이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데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다만 돈을 더 달라는 등의 요구가 있을 수 있어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