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우리 사회의 반기업정서는 여전히 높고 기업·기업인에 대한 호감도는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원인으로는 기업 내부적 요인과 함께 타인의 성공을 질시하는 우리 사회의 평등사상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창조경제는 물론이거니와 경제민주화와 같은 정책 현안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 또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최병일)은 전문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온라인 설문 결과를 집계해 8일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기업 및 경제 현안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가(창업주)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비율은 전년 73%에서 51%로 20% 이상 하락했으며, 전문경영인 호감도 역시 77%에서 66%로 크게 떨어지는 등 기업인에 대한 전반적 호감도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 호감도의 경우 연령대로 살펴보면 20대(60%)가 가장 높고 30대(43%)에서 가장 낮으며, 직업별로는 전문직종사자(55%)가 가장 높고 중소기업 종사자(45%)가 가장 낮아 사회·정치·경제 관심도가 낮은 집단일수록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전문경영인 호감도는 50대(74%)에서 가장 높고 30대(56%)에서 가장 낮으며 기업집단별로는 공무원 집단(70%)이 높고 대기업 종사자 집단(61%)이 낮았다.
기업 호감도는 이번 조사에서 63%로 지난해 68%에 비해 약간 떨어졌다. 기업 형태별로는 중소기업(84%)>대기업(61%)>공기업(49%)의 순이었으며, 재벌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29%로 전년 28%에 비해 여전히 낮았다.
직업별로는 공무원 집단(75%)가 가장 높고, 중소기업 종사자 집단(58%)이 가장 낮았으며, 기타 직업군(대기업 종사자, 전문직 종사자, 자영업자, 무직 등)은 64% 내외의 분포를 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 상호간 바라보는 호감도가 모두 낮았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중소기업 종사자 집단(43%)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대기업 종사자 집단(23%)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범사회적으로 펼치고 있는 대·중기 상생협력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처한 조직에서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내 반기업정서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높다는 의견이 63%로 전년 조사의 76%에 비해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조사 당시에는 제19대 총선과 맞물려 반기업정서가 10%p 이상 급등했으나, 선거철이 지나자 예전 수준인 60%대로 회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기업 호감도와 반기업 정서 설문 결과는 개인적으로는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반기업정서의 구체적 원인은 ‘탈법 및 편법 등 기업 내부의 문제’라는 응답이 작년조사(51%)보다는 감소했으나 43%로 가장 높게 나타나 기업 내부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부분임을 시사했다.
‘우리 사회의 평등사상’ 이라는 응답에서는 전년대비 4% 상승한 6%를 기록했는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우리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다는 의견이 89%에 달하는 것으로 볼 때, 타인의 성공에 대해 인정보다는 의심과 질시하는 가치관이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시장 제도 및 경제 현상 부분에서 경제발전 원동력이 기업가정신이라는 의견은 11%에 머물고 응답자의 65%가 현재의 기업가정신 수준이 미흡하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향후 경제발전을 견인할 요소로 기업가정신을 꼽은 의견은 21%에 불과한 반면 중소기업(50%)의 역할에 높은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본인 또는 자녀의 경제활동 참여 방식 선호’문항에 대해서는 공무원(34%), 전문직(28%), 취업(대기업 17%, 중소기업 10%), 창업·자영업(11%)의 순으로 응답해 정작 중소기업 취업은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업 선택 시 기업가로서의 도전 보다는 공무원과 전문직의 안정성을 우선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특히, 공무원과 중소기업종사자, 자영업자군의 경우 공무원을 가장 선호했으며, 전문직과 대기업종사자의 경우 전문직을 가장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났다.
기업 이윤 배분의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에서도 사회적 기대와 본인에 대한 기대가 일치하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기업의 이윤은 종업원에게 우선 배분돼야 한다는 의견이 45%, 주주에게 배분돼야 한다는 의견은 17%에 불과했으나, 만약 본인이 기업을 한다면 소비자 만족을 우선하겠다는 의견이 49%인 반면 근로자 복지 향상을 우선하겠다는 의견은 18%에 머물렀다.
정책 현안 관련,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는 ‘창조경제’(32%)와 ‘경제민주화’(31%)를 우선으로 꼽았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용어를 들어 알고 있다는 응답은 90%를 상회했으나 내용은 잘 모른다는 응답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경제의 내용을 대략이라도 안다는 응답자 중에서 창조경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정한 것에 동의하는 비율은 84%였으며, 그 이유로는 ‘성장이 둔화된 우리 경제에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6%로 가장 많았다.
반면 경제민주화는 작년 총선 전에 이미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잘 모른다는 응답이 55%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경제민주화의 내용을 안다는 사람 중에서는 ‘과도한 규제는 경제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으므로 속도를 조절해야한다’는 주장에 48%가 동의하는 한편, 공약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23%에 불과하고 아예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약 1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조사 결과, 반기업정서와 시장 원리에 대한 오해 및 인식의 차이, 정책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은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과 정부는 기업전략과 정부정책 수립 과정에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