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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원', '화이' 포스터. 사진 제공=제작사 필름모멘텀/쇼박스 미디어 플렉스 |
<화이>와 <소원>은 제목이 주인공 이름이다. 17세 화이와 아홉 살 소원의 아픈 이야기를 따라가는 만큼 열일곱 여진구와 7세 이레의 힘이 중요한데, 두 어린 배우는 놀라운 연기력을 분출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들의 내일이 기대되는, 성인 배우들을 긴장시키는 에너지가 무서운 오늘이다.
지난 2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는 <소원>은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다. 상업영화 감독 은퇴 선언을 했을 때, 날카로운 지성과 따뜻한 시선을 겸비한 감독 이준익의 작품을 다시 볼 수 없을까 저어했는데 우려였다. <소원>을 통해 확인된 상업영화 은퇴 선언의 의미, 흥행보다 진정성을 우위에 둔 영화의 힘, 여전히 살아있는 연출력이 더없이 반갑다.
이레의 부모를 연기한 엄지원 설경구, 그들의 친구로 진한 우정을 보여 준 김상호, 라미란이라는 배우들이 이준익 감독의 진가 과시에 큰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들의 명품 연기를 타고 전해지는 감독의 시선과 진심이 닦을 겨를도 없이 샘솟는 뜨거운 눈물을 가능케 한다. 욕심을 더 내 보자면, 감정을 드러내는 이레 엄마와 달리 꾹꾹 눌러 참는 아버지를 통해 먹먹한 감동을 전하는 설경구가 딱 한 번쯤은 폭발해 주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다.
9일부터 관객을 만날 <화이>는 장준환 감독의 영화다. 영화는 두 가지 반전을 담고 있는데 하나는 영화계에서 천재 소리를 들어온 장 감독이 <지구를 지켜라> <러브 포 세일>로 자랑한 기발함과 독특함 대신 ‘우공이산’의 부단한 노력으로 정통 스릴러를 펼쳐 보였다는 것이다. 수개월간 집을 멀리하고 편집실에서 후반작업에 몰두했다더니 천재에게 99%의 노력이 보태지면 어느 정도의 결과가 얻어지는지 입증했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여전히 천재의 영화라면 다시는 장 감독의 영화를 보지 않을 테다라고 어깃장을 놓고 있던 탓이었는지 정공법으로 치고 들어오는 한 수에 보기 좋게 나가떨어진 자신을 발견한다.
또 다른 반전은 화이의 부모에 관한 것으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을 아끼거니와 특히나 친어머니를 놓고(심지어 친아버지를 두고도)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탓에 개인의 의견으로 확정해 적기는 어렵다. 이러한 엇갈림은 러닝타임을 줄이기 위한 편집, 또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탄력성 덕분이다. 스토리와 인물들의 캐릭터는 분명하지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인물 간 관계가 분쟁을 일으키고, 미리 본 관객들은 논쟁을 즐기며 영화가 남긴 여운을 음미하는 모양새다. 아직 미성년인 여진구를 중심에 두고 마치 늦둥이 동생을 아끼듯 살뜰히 뭉친 김윤석, 장현성, 조진웅, 박해준, 김성균의 호연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높임은 물론이다. 연극판에서 뼈가 굵은 다섯 배우가 보여 주는 호흡에서는 마치 형제애와도 같은 진한 어울림이 느껴져 짜릿하다.
다시 발생할까 싶어 글로도 적고 싶지 않을 만큼 아픈 일을 당한 소원이가 말한다. 자고 나면 모든 게 꿈이었고, ‘그 일’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 있으면 좋겠다고. 그 진심이 전해져 <화이>와 <소원> 뒤에는 더 이상 단 한 명의 아이에게도 유괴나 성폭력 사건의 새로운 상처가 만들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