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김 총재는 한은 본관에서 열린 ‘신용정책 국제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통해 “중앙은행은 신용정책으로 야기될 수 있는 도덕적 해이, 금융시장의 가격결정 과정에서의 왜곡, 정책 불확실성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신용정책에 대해 “일반적으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자산구성 변화를 통해 민간부문의 자금흐름이나 신용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통화정책 및 거시건전성정책과 함께 중앙은행이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하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신용정책이 경제성장과 발전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특정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는 데 주로 활용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주로 경제회복을 뒷받침하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보완하는 보다 넓은 관점에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대출 자금지원 △국제무역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금융 △경제인프라에 대한 장기투자자금 지원 △영세민의 금융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김 총재는 “신용정책은 시장마찰로 인한 왜곡과 금융포용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들을 해소하는 데 유효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이로 인해 왜곡과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이 감내가능한 금리수준으로는 신용을 공급받지 못해 기존 대출제도의 범위를 확대했다"면서 한은이 수행중인 신용정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뒤이어 지난해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전환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올해 총액한도대출에서 기술형 창업기업 지원 한도를 신설, 이에 대한 은행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을 사례로 언급했다.
김 총재는 "앞으로 한은은 여러 자금지원 프로그램의 성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신용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줄이면서도 신용이 가장 필요한 부문으로 공급되도록 신용정책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최근 중앙은행의 역할이 지난 수십년 동안 유지되어 온 정통적인 견해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는 가운데 미래의 금융·경제환경도 현재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비전통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만간 전통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앙은행의 신용정책 수행경험 및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날 심포지엄에는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우리나라 정부, 학계 및 연구기관 인사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