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법정관리> 현재현 회장 “변화 선대응” 강조했지만…“변화시기 놓쳐 위기 자초”

2013-09-3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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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CEO 취임 30년째, 최대 위기 몰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제한된 시간과 전쟁을 벌이며 구조조정 작업에 매진해준 임직원과 그룹을 신뢰해준 고객과 투자자들께 회장으로서 큰 책임을 통감한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30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데 실패를 인정하고 (주)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임직원들에게 보낸 참회의 메시지다.

올해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첫 데뷔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1949년생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사법고시 12기 출신의 촉망받는 법조인으로 해군 법무관에 이어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로 부임하던 그는 1976년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용구 회장의 맏딸 이혜경씨(현 동양그룹 부회장)과 결혼한 뒤 이듬해 동양시멘트 이사로 그룹에 합류했다. 이어 1983년 1월 동양시멘트 사장에 취임했는데 당시 나이는 불과 34세였다.

6년 뒤에는 장인의 뒤를 이어 동양그룹 회장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당시 재계에서는 사위가 그룹의 대권을 물려받은 첫 사례라며 큰 관심을 불러 모은바 있다.

현 회장의 취임 후 동양그룹은 시멘트 등 기존 주력사업을 바탕으로 금융부문으로 영역 확대를 통해 외형을 키워나갔다. 현재 구성된 종합금융사업 부문은 1984년 동양증권 인수를 시작으로 관련 기업들을 하나하나 인수하거나 설립해 키워놓은 현 회장의 작품이다. 또한 1990년대에는 건설사업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동양정보통신, 동양해운, 동양매직 등을 잇따라 설립다. 특히 당시 재계 최대 이권사업이었던 통신사업에서 LG그룹과 데이콤(현 LG유플러스) 인수 경쟁을 펼치기도 했으며, 방송사업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현 회장은 이러한 자신의 경영스타일을 ‘포석(布石) 경영론’이라고 표현했다. 기업경영은 마치 바둑의 대국에 임하는 것과 같은 기민하고 치밀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으로, “기업이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뒤쳐지게 된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상당수가 생존 기반을 잠식당하고 몰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요인은 변화에 무감각한채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이라며 “다가오는 변화를 기다리기 보다는 먼저 능동적으로 움직여 유리한 위치를 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현 회장의 동양그룹은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며 쇠락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1년 동서인 담철곤 회장(고 이 회장의 둘째 딸인 이화경씨의 남편)이 맡고 있던 오리온과의 계열 분리를 전후해 동양그룹의 확장 전략은 당시 국내 경제 위축에 따른 자금 경색 상황이 도래하면서 과도한 부채와 영업전략 실패라는 부메랑을 맞았다.

절치부심 속에 외자유치와 사업구조조정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는 등 1차 구조조정에 성공한 현 회장은 새로운 도약을 모색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에너지·발전 등 신사업에 뛰어드는 한편 한일합섬을 인수하며 섬유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 다시 불어닥친 불황을 감당해 내지 못한 채 유동성 개선에 난항을 겪은 동양그룹은 결국 현재의 상황까지 내몰리게 됐다.

1957년 동양세멘트공업으로 출발한 동양그룹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을 이뤄낼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 때마다 현 회장은 삼성그룹이나 LG그룹, 두산그룹처럼 모태 사업을 잇는 신성장동력으로 역량을 전환하지 않고 시멘트 사업을 버리지 않았다. 시멘트 사업은 창업주가 이끌던 개발 연대 당시에는 부를 창출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내수 둔화가 심각해진 상황에서는 오히려 부를 유출하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변화에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자던 현 회장의 ‘포석 경영론’은 결국 그룹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명분에 사로잡혀 발목을 잡혔고, 동양그룹 전체의 위기로 몰아넣는 악수를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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