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현장을 순시하다가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를 만나면 정 명예회장은 그의 손바닥에 사인을 해줬는데, 근로자가 그 사인을 총무부 담당자에게 보여주면 시급을 더 올려줬다는 것이다. 창업자의 손바닥 사인처럼, 고용주의 예상치도 않았던 ‘선물’을 받은 근로자들은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더 높은 업무 성과로 ‘보답’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이를 ‘선물교환(Gift Exchange)’라는 용어를 쓰는데, “고용주가 시장평균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할 때, 근로자가 최소요구 수준 이상의 근로노력을 기울여 보답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갖가지 현장실험을 통해 학문적으로 이를 입증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김세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경제학회를 통해 발표한 ‘고용자와 근로자간의 선물교환: 현장실험을 통한 분석’ 논문을 통해 이러한 선물교환 효과를 확인했다.
김 연구위원은 2011년 12월 파트타임 일자리를 원하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1993년도 출생의 근로자 14명을 모집해 선물교환 효과에 대한 현장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참여자들에게 실험 대상이라는 사실을 숨긴채 총 사흘간 하루 여섯시간씩 매일 오후 재택근무를 통해 전화설문조사를 통한 연구기초자료 수집을 수행토록 하고, 하루 수당은 개인당 4만원을 제시했다. 근로자들은 하루 업무 시간 동안 총 세 차례 미리 정해진 시간에 업무 수행 결과를 보고토록 했다.
김 연구위원은 실험을 위해 무작위로 14명의 참가자들을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에게는 첫날 업무 시작 직전 갑작스럽게 첫 이틀 동안 수당을 4만원의 두 배인 8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알렸고, B그룹에게는 4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틀째에는 A그룹에게 역시 이날도 8만원을 지급하고 B그룹에게는 나머지 이틀 동안 8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전했다. 마지막 날에는 A그룹에게는 처음 예고했던 4만원을, B그룹에게는 8만원을 그대로 준다고 지시했다.
이러한 조건을 제시한 뒤 업무 성과를 분석해 본 결과, A그룹과 B그룹 모두 고용주가 갑작스럽게 정액 수당을 올려줬을 때 근로자들이 이에 대응해 근로노력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선물교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첫날 업무 시작 전 2배의 수당을 준다는 ‘선물’을 받은 A그룹의 업무 성과가, 이틀째부터 선물을 받은 B그룹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선물처리의 시기를 언제로 정하느냐에 따라 근로자의 업무성과가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선물교환 효과는 처리 즉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발현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A그룹은 선물을 받은 지 이틀째 업무시간 후반에, B그룹은 삼일째 업무시간 후반에 가장 높은 생산성을 기록했다. 선물 처리 즉시 근로자의 근로노력이 증대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기존 현장실험 결과와 달리 선물을 받은 직후 시간이 지나면서 근로노력 수준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실험 대상이 노동시장 경험이 부족하고 재택근무라는 특성상 고용주와 대면이 없었던 관계로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지 못해 뒤늦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노동시장 경험이 많은 참여자이면서 고용주와 직접적인 대면접촉이 있는 환경에서 ‘선물’이 제공될 경우 연구 결과보다 더 확실한 선물교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업 경영자들은 이러한 ‘갑작스런’ 선물을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 능률을 높이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대신 그 타이밍을 언제로 잡는가에 따라 효과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