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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KBS교향악단 새 음악감독 요엘 레비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KBS교향악단 제공.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지난 5월 연주회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 오케스트라가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음악감독직을 수락했다.”
KBS교향악단 새 상임지휘자 및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유대계 지휘자 요엘 레비(63)는 24일 을지로 1가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KBS교향악단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제가 여기에 왔다고 생각한다”는 레비는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이 같은 일을 해왔고,늘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KBS교향악단이 단원들과 상임지휘자간 극심한 갈등을 알고 있다"며 갈등의 원인이 됐던 "기성단원 오디션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력을 충분히 알고 있는데, 별도의 리허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새 단원을 뽑을 때에는 오디션을 통해 최고만을 엄선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박인건 KBS교향악단 사장은 “오디션은 없지만 단원 평가가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레비도 단원들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평가의 기준과 비율등에 대해서는 취임 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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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건 KBS교향악단 사장(좌)과 유대계 지휘자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요엘 레비가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
루마니아 태생으로 이스라엘에서 성장한 요엘 레비는 거장 로린 마젤의 부지휘자이자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상주 지휘자로 6년간 활동한후 1988년부터 로버트 쇼가 이끌던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후임 음악감독으로 2000년까지 12년동안 이 오케스트라의 명성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임기 기간 영국의 권위 있는 ‘그라모폰’ 매거진은 "그의 활약으로 이 오케스트라의 예술적 수준을 향상시켰다"며 극찬했고, “요엘 레비는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미국의 5대 오케스트라인 뉴욕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보스턴심포니 시카고심포니의 부러움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스라엘인 최초로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미국, 멕시코 투어를 다녀왔고 2008년 이스라엘 건국 60주년 기념 특별연주회의 지휘봉을 잡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2001년 6월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 훈장 기사장을 받았다.
레비의 정식 임기는 내년 1월부터다.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음악감독 지명자 자격으로 지명 이후 첫 지휘봉을 잡는다.
레비는 음악감독으로서 연주 및 연습계획 수립과 아티스트 초청, 프로그램 곡목 선정 등 공연기획 전반에 대한 주요 권한과 단원 연주 기량 평가, 신규 단원 선발 등 인사권도 가지게 된다.
한편, KBS교향악단은 한때 한국 최고 명문 교향악단으로 손꼽혔지만 상임지휘자와 단원들 간의 갈등으로 지난해 3월 제666회 정기연주회가 공연 전날 취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지난해 9월 교향악단을 재단법인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경영진과 연주단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여전히 단원의 약 70%는 전적(轉籍·소속을 옮기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파견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등의 문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