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베리는 페어팩스 파이낸셜홀딩스 컨소시엄에 47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페어팩스 컨소시엄에 지난주 종가보다 3.1% 높은 주당 9달러의 가격으로 팔린 것이다. 페어팩스 컨소시엄은 블랙베리의 주식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블랙베리의 주식 상장은 폐지된다.
컨소시엄은 앞으로 6주간 실사작업을 벌이기 때문에 블랙베리가 다른 인수 건을 찾을 시간은 충분하지만 퍼시픽크레스트증권은 투자자들이 주당 9달러에 넘기는 것에 만족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사가 끝나면 컨소시엄은 인수 의향을 철회할 수 있다. 일각에선 블랙베리가 협상 초기 단계에서 가격을 공개한 점이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각과 관련해 함구했던 블랙베리가 이처럼 협상 대상자와 가격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비즈니스맨의 워너비 아이템이었던 블랙베리는 비즈니스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2008년에만 해도 블랙베리의 시장가치는 840억 달러에 달했다. 당시 중독성이 강해 마약과 블랙베리의 합성어인 크랙베리로 불리기도 했다. 2009년에는 노키아(38.8%)에 이어 블랙베리의 시장점유율은 19.7%를 차지했다.
그러나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판세는 역전됐다. 애플의 아이폰뿐만 아니라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나 윈도폰에도 밀리기 시작했다. 블랙베리는 삼성과 애플에 밀려 분기별 매출이 계속 줄어들었다. 블랙베리의 시장점유율은 3% 미만으로 감소했다. 노키아의 시장점유율도 3%로 밀려났다. 동시에 블랙베리의 약 790억 달러의 시장가치도 사라졌다. 블랙베리는 올해 스마트폰 Z10을 출시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하고 전 직원의 40%인 45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페어팩스의 폴 리베트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인수처럼 블랙베리에 주목할 만한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의 인수 흐름에 블랙베리는 마지막으로 합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블랙베리가 메시징 플랫폼 등 특허가 상당히 있기 때문에 이번 인수 건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키아와 블랙베리의 매각이 스마트폰 시장의 재편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