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 재통합 결정으로 전 정권의 정책 실패를 자인한 금융위가 이번엔 저축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대부업체에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키로 하자 정부가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의 부실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7일 저축은행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책방향과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허용 방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들 방안은 이미 일부 내용이 세간에 알려진 상태였지만, 정부의 공식 발표에 각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기대감을 안고 정책의 뚜껑을 열어 본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저축은행 정책방향의 경우 지역 내 영업기반 확충의 일환으로 펀드와 할부금융 취급을 허용하고, 보험과 신용카드 판매 등 이미 허용된 업무를 적극 취급토록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방카슈랑스는 실적이 미미하고, 할부금융은 이미 캐피탈사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저축은행업계가 강력히 요구했던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완화에 대한 내용은 차주별 특성, 경험손실률, 저축은행 여건 등을 감안해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저축은행 인수 허용 방안을 확인한 대부업계 역시 지나치게 까다로운 인수 기준에 혀를 내둘렀다.
금융위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간의 이해상충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체에 대해 신규 영업을 최소화하고, 대부잔액을 점진적으로 축소토록 했다.
또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한 저축은행의 대출을 금지하고, 저축은행 대출채권을 계열 대부업체에 매각할 수 없도록 했다.
금융위가 이 같은 기준을 제시하자 적극적으로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표시했던 대형 대부업체들은 인수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함께 운영하고, 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대부업체 조달금리를 낮추려 했던 당초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같은 업계의 외면은 정책금융 개편 과정에서 정책 실패를 경험한 금융위가 정책의 안정성만을 추구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09년 산은 민영화를 이유로 분리했던 산은과 정금공을 시장 환경 변화를 이유로 내년 7월 재통합키로 한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정책은 각 업계의 적극적인 동의와 호응이 있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업계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업계별 특성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의 틀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