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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팔만대장경, 8만1258장의 경판에 새겨진 글자수 5200여만자를 요약하면 한글자로 정리된다.
바로‘마음(心)'이다.
'마음'. 불교에서 바라보는 마음은 실체가 없고 다만 현상과 작용만 있다. 마음이 무엇인지 따지는중 전설처럼 내려오는 일화를 듣게됐다.
육조 혜능 선사가 오조 홍인스님에게 가사와 바루를 전해 받고는 한밤중에 황매산을 떠나 남쪽지방으로 향했다. 사냥꾼들 무리 속에서 오 년을 지낸 뒤 광동성 광주 땅의 법성사에 이르렀다. 그 곳은 인종印宗 법사가 열반경을 강의하는 회상이었다. 그 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깃발이 날리고 있었다.
한 승려가 “깃발이 움직인다”라고 하자 다른 승려는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서로 다투고 있었다.
이에 육조스님이 밀씀하시되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일 뿐이다” 하는 말에 두 승려가 깜짝 놀랐다.
이 지점에서 올해 제 2회 해인아트프로젝트는 출발했다.
큐레이터 김지연은 "예술가와 스님은 모두가 구도의 길을 걷는 수행자"라고 깨달았다. 특히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태도야말로 예술과 불교가 통하는 부분이다.
해인아트프로젝트를 주최한 법보종찰 해인사의 향록스님은 “팔만대장경에 새겨진 5200여만 자의 핵심을 한 자로 표현하면 마음 ‘심’이고 부처님의 가르침도 결국은 ‘마음’에 있다는 뜻에서 올해의 주제를 ‘마음’으로 정했다”면서 “해인아트프로젝트는 종교의 영역을 뛰어 넘어 시대정신을 담은 메시지로 해인사를 찾는 이들과 교감할 것이며, 앞으로는 매년 개최해 지속성을 가진 프로젝트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년 고찰에서 현대미술전을 개최하는 해인아트프로젝트는 작가들과의 작업을 통해 굳어버린 예술언어, 종교언어, 관습을 깨뜨린다.
작가들은 실체가 없는 ‘마음’을 자기언어로 해석하여 형상화했다.
'해인아트프로젝트'가 팔만대장경과 빼어난 단풍으로 알려진 가야산 홍류동 계곡 6.3km의 소리길과 해인사 일대에서 열린다.
오는 27일부터 45일간 대장경세계문화축전과 함께 펼쳐지는 이 프로젝트에는 ‘마음(心)’을 주제로 회화 입체 미디어 설치등 현대미술품 70여점이 선보인다.
국내외 작가 30여팀이 참여한 이번 '해인아트프로젝트'는 사찰과 자연에 어우러지는 미술의 조화가 특색이다.
2011년 ‘통(通)’을 주제로 한 첫 행사에 이은 올해 행사는 해인사와 성보박물관뿐 아니라 2011년 조성된 소리길 일대에도 작품들을 설치하여 전시공간이 대폭 확장됐다.
1회 프로젝트가 대장경축전 10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며 과거의 시간을 기억하는 행사였다면, 2회째인 올해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할 천 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행사로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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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일주문 앞에 최평곤 작가의 6m 높이의 사람형상에 또 사람형상이 담긴 '대나무 인간'. |
해인사 일주문 앞에 최평곤 작가의 6m 높이의 사람형상에 또 사람형상이 담긴 '대나무 인간'이 세워지고,성보박물관 2층 벽면에는 인도 작가 헤마 우피디야가 쌀알 한 톨마다에 글귀를 새겨넣은 작품이 설치된다.
해인사 경내에도 작품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윤석남은 학대받고 버려진 유기견의 아픔을 달래고자 5년여에 걸쳐 제작한 설치작품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를 소리길과 해인사 경내에 설치했다. 유기견들이 자연의 품에서 슬픔을 치유하고 극락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 국내 작가로는 구헌주, 김기철, 김성복과 성신석조각연구회, 김시영, 김월식과 무늬만 커뮤니티, 노주환, 뮌, 박상희, 안규철, 안상수와 파티, 안종연, 양아치, 윤석남, 이이남, 이중근, 임옥상, 조소희, 천경우, 최병소, 최평곤, 홍지윤 등 21팀이 참여했다.
인도,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도 9팀이 참여했다. 해외 작가는 인도-쉬바 차치, 리나 칼라트, 비파 갈로트라, 쉴파 굽타, 헤마 우파디야, 홍콩-렁 미핑, 미국-인디라 존슨, 스페인-페르난도 가르시아 도리, 이탈리아-피에트로 피렐리 등이 '마음'을 풀어다.
소리길에서 해인사로 가는길에 ‘100 스텝스(100 Steps)’라는 작품을 설치한 쉴파 굽타는 작은 메시지들이 담긴 돌 조각 100개를 바닥에 놓고 관람객이 발에 밟히는 돌에 새겨진 단어들을 읽어가면서 기억을 되짚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했고, 렁 미핑은 스님들이 깎고 남은 머리카락을 모아 만든 2천개의 어린아이 신발로 이뤄진 작품 ‘미래를 기억하다 2013’을 출품한다.
해인아트프로젝트는 전시기간 10월 18일을 '해인아트데이'로 지정해 법고대회, 퍼포먼스, 체험프로그램, MAUM 공연 등의 특별이벤트도 마련했다. 전시는 11월 10일까지 볼수 있다.1688-3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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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복과 성신석조각연구회, <꽃길(花道)이 해인사 소리길 연못의 40개 자연석 징검다리에 조각. 작가는 이 꽃길을 통해 이 길을 걷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