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루이룽 인민대 경제학원장 "중국 경착륙은 서방세계 억측"

2013-09-1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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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개혁개방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중국 경제가 혹독한 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다. 다행히 지난 8월경제수치가 양호하게 나오면서 경제가 이미 바닥을 쳤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하지만 서방세계는 중국 경제상황이 2008년 리먼사태 발생 직전의 미국과 똑같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방정부 부채와 신용대출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양루이룽(楊瑞龍) 중국 인민대학교 경제학원장은 15일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세계의 부정적인 시각은 중국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최근 중국경제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아픔의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하는 양 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중국발 금융위기 뇌관으로 지방부채문제가 거론된다. 얼마나 심각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무원이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이후 각 지방정부는 자회사 형식의 융자플랫폼을 만들어서 자금을 모집해 투자를 단행했다. 전체적으로 당시 16조 위안(약 2880조원)의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일부 지방에서는 부채 미상환 문제에 직면했다. 네이멍구(內蒙古) 어얼둬쓰(鄂爾多斯) 같은 곳은 대출규모가 연간총생산을 넘어서는 등 거품이 심각하다. 문제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중국경제가 붕괘할 것이라는 것은 억측이다."

-지방정부 부채문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지방정부 융자금은 주로 도시개발, 인프라건설에 투입된 만큼 상환기간이 길다. 2008~2009년에 시행된 대출중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4.6%, 2015년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5.2%다. 2019년에 19%가 몰려있다. 상환기일이 분산돼 있어서 충분히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연간 7~8%의 성장률이면 충분히 상환가능하다. 또한 중국 지방정부들은 여전히 상환능력이 충분하다. 내 고향인 장쑤(江蘇)성 쿤산(崑山)만 하더라도 현금보유액이 3000억 위안(약 54조원)이 넘는다. 또한 대부분의 지방부채가 부동산담보대출이다. 현재 부동산억제책으로 인해 담보가치가 낮게 조정돼있지만, 담보가치가 높아지면 채권의 위험성이 낮아지게 된다. 결국 지방채문제가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지방정부가 설립한 자산관리공사나 투자공사는 매각이 가능한 자산이다. 일부 공기업만 매각해도 정부부채는 자연스레 해소된다. 이에 더해 이미 정부가 나서서 지방정부 채무에 대한 통제를 가하고 있는 만큼 지방부채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7% 성장이면 부채문제가 해소된다고 했다. 중국의 미래 성장률은 어떻게 전망하나.

"2010년 이후부터 경제성장속도가 가파르게 둔화되고 있다. 중국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중국의 과거 고속성장은 크게 여섯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개혁개방과 정부투자, 세계화, 인구보너스, 공업화, 높은 저축률이 그것이다. 하지만 외자유입이 감속하고, 정부투자도 한계가 있으며, 수출역시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니다. 인구보너스 역시 노동력 부족현상으로 축소되고, 공업화 역시 공급과잉으로 녹록치 않다. 저축률은 아직 높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급속한 공업화로 과잉생산과 오염, 생태파괴, 자원소모로 인한 요소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내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잠재성장률을 8.5%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10년 4조 위안 투자 이후 유동성이 집중된 부동산 영역에 돈이 묶이는 현상이 심화돼 중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정부가 목표로 한 7.5%를 충분히 넘길 것이다."

-리커창(李克强)총리가 펼치고 있는 리코노믹스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리코노믹스의 핵심은 세 가지다. 부양책을 쓰지 않고, 부채를 늘리지 않으며, 경제구조조정을 이뤄내겠다는 게 핵심이다. 방향은 맞다. 하지만 부양책을 쓰면서 부채를 억제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작업은 이익구조를 바꿔야 하는 것이기에 너무나 어려운 문제다. 강도높은 개혁도 수반돼야 한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화폐발행을 통한 통화량증가다. 하지만 리 총리는 이 방법을 택하지 않고, 힘든 길을 가고 있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지만 리 총리가 정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리코노믹스가 좌초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서방세계에서 중국경제의 경착륙을 예견하는 학자가 많다. 하지만 그들이 중국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경제성장속도를 천천히 낮추고, 구조조정을 통해 거품을 줄이고, 경제체질을 건강하게 만든다면 성장률은 다시 올라갈 것이다. 다만 최소한의 성장률 방어를 위한 부양책은 쓸것으로 본다. 국무원은 대규모 철도건설 투자를 하고 있고, 대출규모를 다소 늘리는 한편 감세조치도 취하고 있다. 또한 중국 성장동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리코노믹스가 좌초할 것이라는 예상은 억측으로 판단된다."

-중국에는 어떤 성장동력이 있나.

"네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는 소비다. 선진국 가구소비율은 80%를 넘고, 인도마저도 60%를 넘는다. 하지만 중국은 40%를 넘지 못한다. 계량분석을 해보면 소비율이 1% 높아지면 GDP성장속도가 1.5~2.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둘째는 도시화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50%선이다. 도시화율을 1% 포인트 올리면 GDP 성장률이 2.2% 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산출된다. 셋째는 농업현대화를 포함한 경제구조 업그레이드다. 이미 3차산업육성을 위한 정책이 시행중이며, 내수견인과 고용안정 효과를 내고 있다. 넷째는 기술혁신이다. 국영기업은 물론 민영기업도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하는 신기술이 중국경제에 큰 힘을 보탤 것이다. 네 가지 원동력을 최대한 발휘시키려면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개혁하지 않으면 미래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올 11월에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전체회의(18기3중전회)가 열린다. 회의에서 경제개혁로드맵이 도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어떤 개혁안이 나올 것으로 보는가.

"3중전회는 중국의 경제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주로 시장화를 구현하기 위한 개혁정책이 도출될 것이다. 국유기업의 개혁, 금융·기술·토지 등 요소시장의 개혁이 뒤따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금융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민간자본이나 외국자본에 대한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아질 것이다. 최근들어 민영자본 주도의 은행설립이 하나 둘 시작되고 있기도 하다. 금리시장화에 대한 로드맵을 주목해야 한다. 이미 대출금리는 자유화됐고 수신금리는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수신금리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장기정책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이번 3중전회가 내놓을 메세지를 주목해야 한다. 경기부양책에 대한 입장도 주요 이슈다. 현재 중국은 부양책을 써도 문제고, 쓰지 않아도 문제다. 부양하면 과잉생산이 심화되고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 성장률이 더욱 둔화될 것이다. 결국 부양책은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민생개혁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도시화계획 역시 주목해야 한다. 성장률 문제나 요소시장 개혁문제는 도시화로 해결할 수 있다. 도시화 과정에서 금융개혁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도시화에 대한 대체적인 개요는 나올 수 있지만 구체적인 수치까지는 나오지 않을것으로 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금융기관들은 폭넓은 시장개방을 원하고 있다. 금융시장 개혁안에 외국 금융사에 대한 규제완화도 포함될 것으로 보는가.

"외국계 금융사에는 대출규모나 위안화업무에 대한 제한이 가해지는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한 원성이 높다는 것도 안다. 지난 6월 EU와의 태양광모듈 반덤핑관세 관련 협상을 벌일때 EU가 조건으로 내건 것도 금융시장 개방확대였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통화정책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외국자본이 시장교란을 일으킨다면 통제가 안된다는 고민이 있다. 미성숙 금융시장은 외국의 핫머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이나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외환위기가 벌어졌던 사례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시장개방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WTO에 가입한지 이미 12년이 지났고, 금융시장 완전개방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은 중국 금융시장의 성숙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리자유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동시에 민영은행이 등장해야 한다. 중국이 자체 경쟁체제를 갖추고 환경을 성숙시킨 이후라야 해외금융사에 대한 완전개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양 원장은 1957년 장쑤성 쿤산에서 태어났다. 난징대에서 경제학 학사, 석사를 취득한 후 1990년 인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민대 경제학원 원장이며 베이징시정부 고문, 베이징경제학회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빼어난 연구실적을 인정받아 국무원으로부터 매달 특수보조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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