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재무악화… 단기차입 50% 껑충·장기조달 뚝

2013-09-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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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국내 상장법인 단기차입이 올해 들어 50% 이상 증가한 반면 장기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은 실종돼 재무악화가 우려된다. 경기침체와 실적부진으로 현금 흐름에 문제가 발생, 안정적인 장기 자금조달보다는 급전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아진 것이다. 해당 기업 상당수는 주가도 내림세로 돌아서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가 단기차입을 결정하거나 늘린 사례는 올해 들어 13일까지 모두 129건으로 전년 동기 84건 대비 53.57% 증가했다.
반면 상장사가 단기차입을 축소한 사례는 같은 기간 19건에서 7건으로 60% 이상 줄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단기차입을 늘린 반면 자금에 여유가 생겨 이를 줄인 기업은 적었다는 얘기다.

상장사들의 단기차입 공시가 올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우선 전자단기사채 도입으로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의 전자단기사채 한도 상향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전자단기사채가 도입되면서 주요 금융사나 기업들이 미리 발행 한도를 늘려뒀다. 전자단기사채란 발행과 유통, 소멸이 전자적 방식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기업어음(CP)다. 증권사의 단기차입 공시는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1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4건보다 네 배이상 늘었다.

시장별로는 대형주가 모인 코스피시장 상장사들의 단기차입건수 증가율이 코스닥 기업들보다 높았다.

코스피시장에서 올해 단기차입금증가결정 공시는 7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0건보다 130% 넘게 늘었다. 코스닥 기업들은 51건에서 59건으로 15% 정도 증가하는데 그쳤다.

단기 차입이 늘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해당 기업의 현금 흐름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주가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단기차입금이 갑작스레 늘었다면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단기차입 규모를 늘린 대부분 기업들은 이후 주가가 하락 추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을 내렸던 기업 11곳 가운데 지난달 초에 비해 이달 현재 주가가 오른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씨유메디칼시스템 주가는 지난달 1일 1만1500원에서 현재 8530원으로 25.8%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양엔지니어링 주가도 14.1% 하락했다. 이밖에 한신공영 원익 바이오스마트 등 지난달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했던 기업들 대부분이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상장사라면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같은 방식으로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굳이 단기차입금을 늘렸다면 회사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단기차입금 증가는 부채비율 증가 등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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