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강남지역 대규모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시종일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인 박원순 시장에게 재차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아래는 지난 10일 신 구청장이 박 시장에게 보낸 서한문 전문.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강남구청장 신연희(申燕姬)입니다. 시장님, 오늘도 100% 서울특별시 건설을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勞心焦思)하십니까.
그런데 정직하시고 청렴하신 시장님께서 서울시 관내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시기도 전에 누가 부추기었는지는 모르지만 투기꾼들이 득실거리던 구룡마을 개발에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투기세력에 야합하지 않고 묵묵히 생업에만 종사하고 있는 대다수 거주민 모두에게 주거를 확보해 주기 위해서는 국가가 주체가 되어 공영개발을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판단되어,
수 년 간에 걸친 논쟁 끝에 정당한 토지수용 보상 외에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리던 토지주 측의 끈질긴 민영개발 주장을 배제하고 시장님이 취임하시기 직전 2011년 4월 공영개발 계획을 확정하여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던 중, 시장님이 바뀌신 것 외에는 아무 사정 변경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일부환지라는 명목으로 도시개발에 경험이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시장님을 이용하여,
토지수용비를 보전하고도 수천억원의 잉여 개발이익이 발생되는 사업을 수용비 예산이 부족해서 일부환지가 필요하다는 지나가던 황소도 웃을 어처구니없는 변명으로 공공의 소유여야 할 개발이득을 개인 토지주들에게 전부를 헌납하는 결정을 시장님이 하시도록 부추긴 그들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시장님께 환지방식을 부추긴 부하 간부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결국 시장님의 시정 파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기를 악용하여 시장님에게 ‘공공의 몫이어야 할 막대한 개발이익을 개인 투기세력에 헌납한 시장’이란 오명을 굳히려고 아직도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환지방식 추가를 갖은 꼼수로 졸속 처리하면서 구룡마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관할 구청장에게 설명 한 번 안 했고,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사항 통보도 일부환지 방식을 누락시켰고, 보도자료도 저의 휴가기간을 악용했습니다. 또, 시장 면담을 신청하면 시장 면담이 그리 쉽냐면서 두 달, 세 달이 걸린다고 미루었습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구청장에게 환지인가권이란 결정적인 권한이 있는 줄도 모르고 졸속이든 꼼수를 쓰든 시청에서 결정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서둘렀다는 소문이 있는데 시장님은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한테 환지인가권이 있어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에 시장님께서 씻을 수 없을 뻔 했던 오명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아직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우리 강남구 입장에서는 구룡마을의 현대화 개발이 시급합니다. 지금 우리 강남은 매일 15,000여명의 외국관광객이 찾고 있는 세계 최고 반열의 인기도시가 되었습니다. 강남의 구석구석이 모두 관광대상이 되었습니다. 강남의 가장 아름다운 명소로 개발되어야 할 곳에 반세기 전에나 볼 수 있었던 집단 판자촌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민간이 참여하는 난개발은 아무리 양보한다 해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완벽한 정부 주도로 세계적 인기 도시에 부응하는 개발의 길을 터 주시기 간청하는 바입니다. 환지방식을 접어주시기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시장님, 부디 서울시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시장이 되시기 바랍니다. 시장님,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