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가을은 사과, 사과는 윤병락.
8~9월이면 아오리 사과가 과일시장을 점령하듯 화가 윤병락(45)도 푸른 사과로 가을 미술시장을 열어제친다.
11일부터 서울 관훈동 노화랑(대표 노승진)에서 개인전을 여는 윤병락은 이번 전시에 '푸른 사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팜플릿 표지로 장식한 가로 244cm 크기 '청사과'는 압도적이다. 한입 베어문듯한 사과가 애플이 되고 아이폰으로 혁신됐듯, 윤병락의 사과는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미술평론가 서성록도 '윤병락의 사과는 식재료가 아니라 아름다움 자체로 존재한다"며 "대부분의 사과는 식탁에 오르기위해 존재하지만 윤병락의 사과는 우리의 창조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준다"고 전시 서문에 평했다.
진짜 사과보다 더 진짜처럼 그려진 사과는 욕심과 탐욕을 자극한다.
과일 표면의 숨구멍, 싱싱한 과육과 흠집, 고운 색깔과 무늬, 심지어 햇빛에 그을린 자국까지 생생이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전혀 기계적이지 않다. 붓질이 거의 모든 화면에 관류하고 터치가 곳곳을 주름잡고 있다.'
작가는 "‘손으로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첨단 기계로 뭐든 척척 찍어내는 디지털 시대에 도전해보려는 뜻도 담겨있다”고 했다.
사과 그림을 그린 지 딱 10년. 작가는 '사과 화가'로 등극, 꾸준한 인기를 끌고있다.
‘빛깔 곱고 탐스러운’ 사과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대학을 졸업한 뒤였다. 우연한 발견이었다.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던 차에 우연히 길을 가다가 궤짝에 담긴 사과가 눈에 띄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무사장자에 담긴 사과를 보고 어린 시절에 뛰놀던 사과를 떠올렸다. 윤병락은 사과 과수원으로 둘러싸인 경북 영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발견은 실행력에 힘을 보탰다. 기법을 바꿨다. 기존에 캔버스에 그리던 그림을 버리고 캔버스대신 패널에 한지를 붙여 만든 사과 궤짝을 짰다.
대학 4학년 재학중에 대한미국미술전람회 특선으로 당선될 정도로 대상물 묘사에 탁월했던 그는 진짜같은 나무궤짝에 사과를 담아놓은 것 같은 순간을 창조해냈다.
트릭아트(눈속임)다. 궤짝에 담긴 사과는 금방이라도 손으로 잡을수 있을 것 같은 착시를 선사한다. 또 바로 땅으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질 것 같기도하다.‘부감법’ 즉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3차원 같은 효과가 극대화됐다. 흠잡을 데 없는 매력적인‘울트라 일루전’이다.
결실의 계절, 여름내 작업하며 작가의 붓에 영근 사과는 푸르고 붉게 익어‘가을향기’를 제대로 전한다. 전시는 30일까지.(02)732-3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