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만대 감독 "아티스트는 열정이다"

2013-09-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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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하루하루 바삐 돌아가는 세상.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가 흔치 않다. 봉만대(43) 감독에게는 행운이 주어졌다. '아티스트 봉만대'(제작 골든타이드픽처스)의 각본을 쓰고 주인공 봉만대를 연기하고 영화를 연출하면서다.

아티스트 봉만대는 영화 속 영화 '해변의 광기'의 제작자가 연출을 맡은 '남극일기' 임필성 감독을 대신해 애로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봉만대 감독을 투입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 대부분 본명을 사용하는가 하면 몇몇 배우들을 제외하고는 실제 스태프들이 출연하는 등 페이크 다큐 형식을 취해 현실과 극의 경계를 허문다.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봉만대 감독은 "영화에 대사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들은 전부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큰 시나리오만 있었고 대사나 세부적인 것들은 즉석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미리 설정된 대사가 없어서일까, 극중 배역의 입장이 아니라 실제 개인의 상황이 반영된 대화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일테면 곽현화가 여현수에게 "'번지점프를 하다'가 언제 영화인데 아직도 우려먹느냐"고 비아냥거리면 여현수 역시 "개그나 치던 여자가 어디 영화판에 왔냐. 너 같은 게 무슨 배우냐"라고 받아치는 식이다.

봉 감독은 "상대가 어떤 대사를 할지 모르는 현장 상황에 저도 당황할 때가 있었다. 현수의 심한 말에 순간 머뭇거리다 나를 찍고 있는 카메라를 보고는 '아! 촬영이지' 깨닫고 연기를 시작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봉 감독 평소의 모습이 생생하게 영화에 담길 수 있었던 데에는 촬영감독의 공이 컸다.

"촬영감독이 제 죽마고우에요. 어릴 때부터 친구로 지내며 같이 영화판에 들어왔죠. 볼꼴, 못 볼꼴, 저를 정말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친구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저를 담으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내가 감독할 때 저렇게 거칠어? 조울증이 있어?'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진=남궁진웅 기자]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이 영화로 옮겨지는 생경함에 더해 봉 감독을 힘들게 한 것은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임무였다. 아티스트 봉만대 속 배우 봉만대로 연기하다 카메라 밖으로 나와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를 진두지휘하는 감독 역할을 하고, 다시 영화 속 영화 '해변의 광기' 감독 봉만대로 돌아가야 하는 과정이었다고 봉 감독은 회상했다.

"아티스트 봉만대는 영화 자체는 허구이지만, 실존 인물이 나와서 실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어요. 영화계 현실 고발 같은 심각한 주제를 다루려고 했다기보다는 감독이든 배우든 제작자든 각자의 입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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