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전 대표의 비자금 조성의혹을 받고 있는 도화엔지니어링은 계열사인 수리봉과 도화인터내셔날을 통해 자사주를 집중 매입하고 있다. 수리봉과 도화인터내셔날은 곽영필 도화엔지니어링 회장 오너 일가가 소유한 기업이다.
수리봉과 도화인터내셔날이 도화엔지니어링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6일 김영윤 전 도화엔지니어링 회장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다.
도화엔지니어링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던 수리봉은 이달 7일 도화엔지니어링 주식 1만6530주를 처음으로 사들였다. 이후 주식 매입을 계속해 도화엔지니어링 지분 0.30%(9만9560주)를 확보했다.
도화인터내셔날도 비슷한 시기 꾸준히 도화엔지니어링 주식을 사들여 현재 지분율이 0.77%(26만1070주)에 달하지만 도화엔지니어링 주가는 이달 초 주당 5080원에서 현재 4300원으로 15% 넘게 떨어졌다.
재벌가 2~3세들의 자사주 사들이기나 자녀에 대한 지분 증여도 계속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비교적 적은 금액에 지분을 늘릴 수 있고, 증여 시 세금을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의 장남인 임준호 이사는 지난 1일과 2일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3040주를 사들여 지분을 0.78%(4만2570주)로 끌어 올렸다.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승지수 이사도 동화홀딩스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승 이사의 동화홀딩스 지분은 작년 말 0.74%(14만7987주)에서 이달 현재 1.08%(21만8478주)로 늘어났다.
비료제조업체인 효성오앤비의 박태헌 효성오앤비 회장은 지난 5월 29일 아들인 박문현 효성오앤비 미래기획팀 부장에게 주식 159만1983주(지분 27.45%)를 증여했다. 이후 이 가운데 114만1983주(19.69%)에 대한 증여를 지난 21일 취소하면서 수억원의 증여세를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에는 화공기계 제작 업체 일진에너지의 창업주 이상업 회장이 장남인 이광섭 대표에게 주식 60만주(3.98%)를 증여했다. 블록딜 방식으로 주당 4825원으로 주식을 넘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지만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오너에게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주가가 하락하면 적은 금액으로 지분을 늘릴 수도 있고, 자식들에게 증여할 때 세금을 적게 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