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결혼을 하고자하는 마음도 없으므로 올드미스라는 심리적 부담도 크지 않았다.
상대 변호사는 30대 후반으로 주립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시 검사로 몇 년 근무하다 개업한 전문직이다. 인물도 좋고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됐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여자 쪽에서 이른바 ‘딱지’를 놨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으나 남자의 생활력이 확실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 변호사가 밝힌 자신의 수입은 ‘평균’ 6만 달러(약 660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고객들이 맡긴 의뢰 일감에 따라 수입이 변하다 보니 연간 수입 변동이 심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이슈가 됐지만 미국에서도 최근 들어 변호사들의 수입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경기가 좋지 않고 로펌들도 채용을 줄이다 보니 제대로 일을 배우지 못하고 개업을 서두르는 변호사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협회 등에서 나서 이를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아직 못 봤다. 미국은 이런 면에서는 철저히 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것 같다. 괜히 나서봐야 소비자들한테 눈총만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긴 했다. 현재 3년제인 로스쿨 제도를 2년제로 바꿔 학비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3년차에는 수업이 많지 않고 인턴이나 리서치에 주력하는데 1·2년차와 똑같이 학비를 내야 하는 현행 제도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로스쿨 학비는 학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연간 약 3만~4만 달러(약 4000만원 안팎)나 든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잘나가는 약사한테 밀리는 현실이 도래했다.
그렇다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로스쿨 진학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학부나 대학원은 융자나 학자금 지원 제도가 잘 돼 있어 돈이 없어 학교 진학을 못했다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경기가 풀리지 않아 학교에 있던 가족 구성원이 돈을 버는 노동력으로 탈바꿈하는 현실이다. 아무리 융자나 장학금으로 학비를 해결할 수 있어도 가족 구성원 대다수가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는 가구가 미국에도 많다. 이러다 보니 가난이 대물림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도 마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육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입씨름을 하지만 이 문제는 말 그대로 백년지대계와 경제와 기회의 형평성 문제를 놓고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당장 입맛에 맞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후회되는 정책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의약분업을 놓고 한국사회가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로스쿨 제도가 이제 시작됐는데 사법시험 제도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사람들도 아직도 적지 않다. 감기약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를 놓고도 중앙 정치권의 갑론을박을 거쳐 결정되는 한국사회의 모습은 어쩌면 민주화의 ‘본좌’일 수도 있다. 서로 자기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치열한 싸움도 필연이면서도 치졸해 보일 때가 있다.
어쨌든 시장의 흐름에 따라 개인의 선택은 보다 분명하고 단기적이다. 최근에 만난 까마득한 후배 두 명이 약대에 진학한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분명히 로스쿨에 갔었을 것이다.
국가 정책은 이보다 분명히 장기적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