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독점약품 공급 거부한 녹십자 제재

2013-08-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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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동욱 기자=녹십자가 특정 도매상과만 거래하는 방식으로 의약품 유통시장의 경쟁을 억제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간이식 환자용 의약품 ‘헤파빅’을 공급해 달라는 도매상의 요청을 부당하게 거절하고 다른 도매상과의 거래만 유지한 녹십자에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녹십자는 2010년 서울대병원에 헤파빅 납품계약을 따낸 의약품 도매상 A사의 제품공급 요청을 묵살해 약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 A사에 손해를 끼쳤다.

헤파빅은 간이식 환자의 B형 간염 감염을 예방하는 혈액제제로 국내에는 대체 의약품 없이 녹십자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

간이식 수술 첫해 투약비용만 57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이며, B형 간염 항체가 생성되지 않은 간이식 환자는 평생 투약해야만 한다.

공정위 조사결과 평소 녹십자와 거래가 없던 도매상 A사는 2010년 2월 서울대병원의 정맥주사용 헤파빅 구매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돼 1년간 10㎖ 병당 24만2천296원(보험기준가 대비 2.3% 할인)에 총 3만 3600병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녹십자는 물량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A사의 공급요청을 거절했고 병원 납품이 지연되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결국 A사는 녹십자와 거래관계가 있는 다른 도매상 B사로부터 낙찰가보다도 높은 24만8천원(할인율 0%)에 겨우 제품을 확보해 병원에 납품했다.

납품지연에 따른 배상과 낙찰가를 상회하는 구매가격으로 A사가 입은 손해는 약 1억5000만원 정도라고 공정위는 추산했다.

공정위는 녹십자가 당시 A사에 물량을 공급할 재고여력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다른 도매상과 차별하며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다만 녹십자가 부당이득을 얻었다거나 A사의 피해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별도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고병희 공정위 서울사무소 경쟁과장은 “이번 사건은 대형병원 의약품 공급에서 특정 도매상 위주의 거래를 통해 제약업체가 경쟁을 억제하고 약값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점적 지위에 있는 제약업체가 병원의 의약품 경쟁입찰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켜 병원마다 납품 도매상이 고착화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소비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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