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단기적으로 억지와 안보를 강화하되,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 정상화 및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직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잠정 중단 등 북한의 도발위협이 이어지자 안보에 집중하는 단기적 정책을 썼으나,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계기로 대북 억지보다는 상생 발전, 화해·협력 등을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북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를 지키는 데는 억지력이 필요하지만 평화를 만드는 것은 상호 신뢰가 쌓여야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작은 것에서부터 신뢰를 쌓은 뒤에 이를 바탕으로 큰 신뢰를 구축해 나간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출발점으로 추석 전후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제의를 택했다. 남북 화해 및 협력, 공동 발전의 구체적인 모델로 삼은 셈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8·15 대북 제안과 관련, "개성공단 정상화 국면에 머무르지 않고 남북관계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남북관계를 풀어보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것"이라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추석을 계기로 이뤄지고 금강산 관광 재개로까지 이어지는 흐름으로 간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이 박 대통령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DMZ 평화공원 조성 문제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호응해 나올지가 신뢰 프로세스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국민적 이해를 구하면서 일관된 대북 원칙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이끌어냈다는 정책 성과를 설명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해시키기 위한 대국민 홍보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 책자에는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안보와 협력의 균형 있는 추진, 호혜적 남북 교류·협력, 상호 신뢰 축적을 통한 평화 구축, 북한 비핵화 촉구 등 새 정부의 대북 방침을 체계화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1단계(신뢰 구축), 2단계(사회·경제적 인프라 협력), 3단계(비핵화 진전과 연계한 대규모 지원)로 구성돼 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3단계 구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 공조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하반기에는 9월 G20 정상회의 등 다양한 국제회의와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이 릴레이로 이어진다.
북한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수하며 비핵화는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과 정부는 향후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과 관련해 어느 선까지 수용해야 할지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