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자 자제들, 다국적제약사 로비 앞장

2013-08-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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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야오방의 딸인 리헝
리루이환의 아들 리전푸
류샤오치의 손주며느리인 쉬하이잉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지도자의 자제들이 글로벌제약업체들의 대관업무를 맡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도자의 자녀들이 가문의 네트워크를 돈벌이에 이용한 것도 모자라, 궂이 외국업체들의 중국공략 선봉에 서야 했느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중국의 잡지인 증권시장주간 최신호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고관 자제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약사는 국가가 어떤 기준을 적용하며, 어떤 약을 인증을 해주느냐에 따라 실적이 갈린다. 이 잡지는 지도자의 자제들이 나서면 해결되지 않는 일이 없었다고 전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노바티스는 2003년 리루이환(李瑞環)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아들 리전푸(李振福)를 중국 담당 총재로 영입했다. 리루이환은 1989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13년동안 정치국 상무위원으로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함께 중국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1990년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든든히 지원했으며, 같은 톈진(天津)출신인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역시 가까운 사이다.

리루이환의 아들인 리전푸는 1963년생으로 미국 일리노이즈대학에서 유학했다. 리전푸를 영입한 이듬해인 2004년 노바티스의 중국 사업은 36% 성장했다. 이는 당시 노바티스의 전 세계 사업 성장속도의 3배에 이르는 속도였다. 리전푸의 재임기간 노바티스는 정부의 발주도 많이 따냈으며, 중국정부와의 각종 합작사업을 통해 많은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리전푸는 2009년 노바티스를 떠나 투자펀드인 GL캐피털 그룹을 창립해 주로 중국의 의료건강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리전푸의 후임으로는 GE차이나에서 대관업무를 총괄하던 이민(易珉)이 낙점됐지만, 리전푸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바티스는 2012년 다시 지도자의 자녀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류사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의 손자며느리 쉬하이잉(徐海瑛)이었다. 쉬하이잉의 남편인 류웨이저(劉維澤)로 류샤오치의 아들인 류윈빈(劉允斌)의 장남이다. 쉬하이잉은 노바티스 합류 이전에도 화이자와 와이어스 등 다국적 제약업체에서 근무했다.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딸 리헝(李恒)은 2007년까지 영국계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중국 공공사무 담당 총감독으로 일했다. 리헝은 최근 이회사의 뇌물 제공 사건에 연루됐다는 설이 떠돌자 자신은 이미 GSK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밖에 미국계 제약회사 화이자에서는 중국 혁명군의 유명한 군벌이었던 펑위샹(馮玉祥)의 손녀 펑단룽(馮丹龍)이 중국 기업사무총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펑단룽의 할머니인 리더취안(李德全)은 중국 국무원 최초의 위생부장이었다. 제약업계를 관장하는 위생부장의 손녀가 제약업체 경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잡지는 한 투자은행 직원의 입을 빌어“중국에서 사업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중국의 어두운 면에 익숙하다”면서 “그들은 모두 고액연봉을 주고 고위간부의 자제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지도자의 자녀들이 중국 인민의 고혈을 쥐어짜고 있는 것도 모자라 로컬제약사의 앞길까지 막고 있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중국 지도자의 아들들은 왜 이정도 수준밖에 안되는가”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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