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상품이 되레 전세 선호 현상을 부추겨 악순환을 반복시킬 수 있는 만큼, 전세난을 극복하려면 전세 수요를 매매시장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29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은행들은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 상품을 다음달 판매키로 하고 금리 등을 조율하고 있다.
이 상품의 첫번째 유형은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금을 올려야 하는 세입자에 적합하다. 대출 금리는 연 4%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가 이자를 연체하거나 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대한주택보증이 보증을 선다.
세입자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에 집값이 수도권 3억원, 지방 2억원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다. 담보인정비율(LTV)은 최대 70%다. 대출 한도는 수도권 5000만원, 지방 3000만원이다.
세입자 대신 대출을 받는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혜택과 이자 납입액의 40%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본다. 과세 특례로 오는 2015년 12월31일까지만 적용된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예를 들어 1억5000만원인 전세 주택에 살다가 3000만원을 올려 재계약해야 할 경우, 이 3000만원을 집주인이 대신 대출을 받아줘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주인이 이를 꺼릴 것이란 전망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요즘처럼 전세를 찾는 수요자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굳이 세입자들을 고려해 대출을 받을 집 주인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종합소득세를 공제하는 방법으로는 집주인을 유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집주인이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있는 경우에는 추가 대출 여력도 많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집값이 내려 기존 대출의 LTV가 70%에 육박하면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한다.
두번째 유형은 새로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가 주요 대상이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인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넘기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식이다. 전세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은행이 보증금을 가져갈 수 있고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은행이 금리를 다소 낮출 여력이 생긴다.
대상은 무주택자로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전세보증금은 수도권 3억원·지방 2억원 이하여야 한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돈을 은행에서 빌리고 이자를 세입자가 내는 조건이다.
현행 상품보다 약 2%포인트 정도 금리를 낮춘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마저도 반응이 엇갈린다. 현재도 임차보증금 청구권에 질권을 설정해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세 수요를 매매시장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언 대표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매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결국 주택 구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를 선호해 전세값은 계속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전세를 위한 대출이 아닌, 매매를 위한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 역시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율 인하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발이 묶인 법안부터 풀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