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지난해 8월 은행권에서 출시된 동산담보대출이 출시 1년을 앞두고 있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산담보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이 기계와 가축, 곡식 등 동산(動産)을 담보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외환·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 7곳에서 취급한 동산담보대출(누적)은 총 1766건, 4083억원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한 전체 국내 은행의 지난 1분기 취급 실적은 1724건, 4437억원이었다. 지방은행의 비중이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1분기 이후 실적 증가세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은행권의 취급 실적은 1369건, 3485억원이었다. 이는 목표액 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로, 출시 5개월 치고는 나쁘지 않은 실적이었다. 올해 들어서만 355건, 952억원이 더 늘었다.
하지만 3월이 마지막이었다. 신규 취급 실적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경우 3월 말 취급건수가 40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4월 들어 실적은 17건으로 대폭 줄었다가 5월 21건, 6월 11건으로 밑바닥을 맴돌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3월 취급건수가 24건으로 출시 이후 최대 건수를 기록했다. 이후 4월과 5월 각각 13건, 6월 10건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당국이 올해 잡아놓은 목표액은 1조8000억원. 1분기까지의 실적이 4437억원임을 감안하면 남은 9개월 동안 무려 1조원이 넘는 대출을 취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산담보대출이 이처럼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업이나 사업자들이 맡기는 담보물이 갖는 리스크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에 들어오는 담보물 대부분은 기계류와 매출채권이다. 이는 이미 은행권에서 종전부터 해오던 것들이다. 매출채권의 경우 전자어음 방식으로 매출담보대출을 시행했던 것이 여기에 해당되고, 보유기계 담보대출 역시 이전에도 있었다.
제도 시행 이후 새롭게 취급된 담보물의 실적은 크지 않다. 농협은행이 시중은행에서 유일하게 취급 중인 소와 돼지 등 축산물이 그렇다. 6월 말 현재 소를 담보로 맡긴 건수는 11건(39억원)이며, 돼지 취급 건수는 1건(1억원)이 전부다. 폐사 가능성 등으로 취급이 어렵다는 게 장애물로 꼽힌다.
취급된 담보물이 기계류처럼 상대적으로 등기가 쉬운 물건에 치우쳐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중소기업 금융애로 10대 과제에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방안을 포함시키는 등 제도 확대를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확대 이전에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최원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새로운 담보물건의 취급 등 동산담보대출제도 시행 이후에 나타난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라며 "종전에 해오던 담보물의 안정성이 보다 높아진 것 외에는 기존의 관행에서 옷을 바꿔입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어느 정도 독려를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관리의 취약성 등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