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펀드 납입방식을 임의로 설정하는 임의식 펀드 비율이 전체 펀드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적립식 펀드 계좌 수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토막이 났다. 최근 수년간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가 더는 적립식펀드가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적립식펀드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라 납입액을 조절하거나 갈아타는 임의식펀드가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얘기다.
22일 한국금융투자협회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5월 말 현재 펀드투자자들의 임의식 펀드 계좌 수는 748만2628개로 전체의 48.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말보다 23만7000여개 대비 반년 남짓 만에 3%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임의식 펀드 계좌 수는 펀드 붐이 일었던 2008년 전체의 35% 수준에 불과했으나 5년 만에 절반에 육박하게 됐다.
이는 적립식 펀드가 외면받고 있는 영향이 컸다. 적립식 펀드 계좌 수는 지난 5월 말 763만7822개로 전체의 49.71%로 조사됐다. 정액적립식이 2.94%이며 자유적립식이 46.76%다. 적립식 펀드 계좌 수는 지난 2008년 말에는 61.34%에 달했으나 5년 새 12%포인트 가량 줄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적립식 펀드는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거나 상승할 때 납입해서 수익을 내야 하나 최근 증시가 박스권에서 맴돌면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며 “투자자들은 이를 인지하고 임의식으로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주가 급락 시 목돈을 넣었다가 상승 시 목돈을 빼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2009년 9월 16일) 지난 19일까지 거치식(설정일 이후 고려)과 적립식(매달 16일 30만원씩 낸 것을 가정함) 펀드 수익률을 산출한 결과 적립식(평균 11.55%)보다 거치식(38.17%)에서 높은 성적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펀드 투자 방식은 거치식과 임의식, 정액정립식과 자유적립식으로 구분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실제 판매사는 임의식 펀드를 주로 판매한다”면서 “이는 임의식은 추가매수 부분에 대한 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치식은 추가매수 부분의 환매가 불가능하고, 자유적립식은 추가매수가 가능하나 부분 환매가 불가능하다. 정액정립식은 부분 환매가 가능하나 추가매수가 불가능하다.
다만 그는 “임의식의 경우 목돈을 납입한 시점에서 예측과 다르게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되레 위험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투자 시점에 따라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은 달라질 수 있어 변동성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안정적 투자 방법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