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득세율 ‘영구인하’ 방침에 방점을 찍었지만 주택 업계와 시장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행시기가 정해지지 않아 거래절벽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2일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취득세율을 인하한다는 기본 전제 아래 관계부처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세부내용은 다음달 말까지 확정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혼선 키운 취득세 감면정책..이번엔?
주택거래세이자 지방세인 취득세율은 현재 최고 4%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 말 취득세 50% 감면방안이 끝나면서 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해 2.2~4.6%다. 집의 가격이나 규모에 따라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몇천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달부터 집을 사는 사람은 지난달보다 취득세를 두 배 이상 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취득세 감면정책이 되풀이돼 시행되다보니 취득세를 감면해주지 않는 기간에는 주택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또다시 감면정책을 쓸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2005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취득세 기본 세율은 4%다. 하지만 8년째 1~2%를 적용, 한 번도 4%를 적용한 적은 없었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6년 취득세 과표 기준을 실제 가격보다 낮은 공시가격 대신 실거래가로 바꾸면서 늘어난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취득세를 50~75%씩 감면해준 게 시초였다. 이후 정부는 취득세 등 부동산세제를 시장을 조절하는 단기방안으로 활용했고, 그러면서 감면 적용과 중단, 재연장을 반복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취득세를 주택거래 단기조절용으로 남발하면서 시장에 혼선을 키운측면이 크다”며 “영구인하 방안은 긍정적인 부분이 크다”고 평가했다.
◆“국회 통과 늦어지면 시장 더 불안”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반발이 심한데다 국회 통과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 있어 불안심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취득세율 영구인하 방안이 실제 시행에 들어갈 때까지 주택 거래시장은 아예 멈춰설 수 있어서다.
김의열 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정부가 9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세재개편을 추진한다더라도 정치적 현안이 많아 다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취득세 영구인하 방안과 별도로 우선 7~8월 거래분을 포함해 연말까지 취득세 추가감면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장은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정상가동이 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말 취득세를 최소 1%까지 낮추는 추가감면방안이 종료된 후 주택 거래량은 급격히 줄었다.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의 경우 22일 현재 1054건으로 지난달 9027건의 9분의 1 수준이다.
서울지역 뿐아니라 전국적인 거래량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에도 국회에서 취득세 추가완화 방안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자 주택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지난 1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5만4632건으로 취득세 감면이 이뤄졌던 12월 13만7361건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부동산시장 현장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개포동 K공인 관계자는 “6월 중순까지 급매물 거래가 이뤄진 뒤 현재는 문의 조차 없다”며 “몇달만 기다렸다 집을 사면 돈을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 아낄 수 있는데, 왜 굳이 지금 집을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취득세율 영구인하가 시행되더라도 효과가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송파구 잠실 하나공인 김혜연 대표는 “정부가 취득세를 내려준다해도 재산세를 올린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커진다”며 “집값도 안오르는데 누가 비싼 재산세를 계속 내가며 집을 보유하려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찬호 연구위원은 “취득세율이 인하되더라도 거래가 늘어나고 세수 보전 방안이 제대로 나오면 큰 타격은 없겠지만 어설픈 대책이 나오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사실 올해보다 4·1 대책이 끝나는 내년이 더 문제”라며 “취득세 요율이 수요자들 생각만큼 내리지 않거나 법개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시장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