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시 당국은 185억달러(약 20조8000억원)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파산 신청을 전격 했다. 릭 슈나이더 주지사는 디트로이트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비상관리인이 제안한 파산 보호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1903년 헨리 포드가 자동차 공장을 세워 전 세계 자동차 공업의 메카로 자리잡아온 디트로이트시는 일본차의 공격과 경기부진 등 속에서 최근 최대의 불황을 겪어 왔다.
한때 미국 3대 도시로 꼽혔던 이곳에는 GM, 크라이슬러 본사와 공장도 있어 미국 제조업 경기과 경쟁력을 가늠하기도 했으나, 중산층이 도시를 떠나 교외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고 빈곤층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시 재정은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1950년대 200만 명에 이르렀던 인구는 현재 3분의 1수준인 70만 명으로 줄었다.
시 살림살이가 나빠지면서 살인범죄가 미국에서 최고를 기록하는 등 치안 문제도 주민들을 크게 불안케 했다. 이 와중에 다른 기업들도 디트로이트 탈출을 시도하는 등 결국 파산으로 가는 악순환을 끊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파산보호 신청을 했지만 주민 연금 보호 이유로 신청 하루만인 19일 법원이 파산 신청 철회 명령을 내리면서 어마어마한 부채를 안은 시의 운명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미시간주 연방순회 법원의 로즈머리 아퀼리나 판사는 디트로이트시가 파산보호 신청을 해서는 안된다며 이를 통해 연금 수혜자들의 혜택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시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공무원 등 연금수혜자들은 약속된 연금이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슈나이더 주지사 측은 이의를 제기하는 등 시의 파산보호 신청을 놓고 정치적인 판단과 결정이 개입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퀼리나 판사는 민주계 쪽이고, 슈나이더 주지사 쪽은 공화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만일 디트로이트시의 파산보호 신청이 실제로 접수되면 법원은 약 30~90일 동안 심의를 하고 최종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 시는 빚을 일부 탕감받거나 상환을 장기로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동시에 시 정부는 공무원 구조조정에 나서고 세금을 올리는 등 살을 깍는 고통분담을 실천해야 할 전망이다.
디트로이트시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빚을 지고 파산신청한 가장 큰 대도시란 오명을 쓰게 됐으며, 명예회복을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