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놓고 관련기관 간 '밥그릇 싸움' 점입가경

2013-07-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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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철학 없는 금융정책이 화 불렀다"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금융 개편 방안을 둘러싸고 금융권이 무척 시끄럽다. 정책금융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가 구상한 방안은 다음달 말 발표될 예정이지만, 대략적인 밑그림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상태다.

그렇다보니 정책금융 관련 기관들은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문제는 각 기관들이 자신들의 실적과 정책금융에서의 위상을 알리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때로는 반 의도적으로 타 기관을 흠집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른바 기관들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모양새다. 벌써 새 정부 출범 5개월이 됐지만 막연히 창조경제만 강조할 뿐 정책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데 지나치게 서둘러선 안 되겠지만, 정부의 금융정책에 뚜렷한 철학이 없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 정책금융 개편 방향은?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발표될 정책금융 개편 방안은 기관 통합 및 기능 일원화 여부가 핵심이다. 검토 대상에 오른 대표적인 기관들은 산업은행(산은), 수출입은행(수은), 정책금융공사(정금공), 무역보험공사(무보공) 등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산은과 정금공의 통합 여부다. 그리고 TF가 논의를 거듭한 끝에 현재로선 정금공이 산은에 흡수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수은과 무보공 간 업무 조율도 주요 관심사다. 대외 정책금융 기능을 수은으로 몰아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런 경우 무보공은 중·장기보험(해외사업금융보험 포함) 업무를 수은에 넘겨줘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TF 내부에서도 중·장기보험 업무를 수은에 넘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무 이관 없이 기관 간 업무교류를 강화해 중복 업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강하다.

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보증기금(기보)을 통합하는 방안도 재논의되고 있다. 중복보증, 업무 비효율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신보와 기보 통합 논의도 없었던 일로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도 정부가 철학없이 접근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의 중복기능을 조정하는 협의회도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TF가 제시한 방안을 포함한 관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TF가 제시한 방안을 말 한 마디로 '무용지물'로 만든 박 대통령의 의중도 중요하다.

◆ 관련 기관 간 '진흙탕 싸움'

금융당국과 TF는 나름대로 최고의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애가 타는 쪽은 해당 기관들이다. 각 정책금융기관들이 개편 방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손 놓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각 기관마다 자신들의 실적 알리기에 열을 올리다보니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기관 간 갈등과 논쟁이 상대방 상처내기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은에 흡수될 기로에 선 정금공은 통합에 따른 부작용을 외치고 있다.

그나마 정책금융의 콘트롤타워로 급부상한 산은은 조금 느긋한 입장이다. 오히려 괜한 오해나 반감을 사지 않도록 정책금융 개편 논란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수은과 무보공, 정금공 간 갈등도 첨예하다. 얼마 전에는 이 기관들이 선박금융 지원액 계산법을 놓고 강하게 대립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언론 플레이'도 극에 치닫고 있다.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자신들의 실적과 업계에서의 위상을 알리는 것은 좋지만, 되레 경쟁 기관을 깎아 내리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정책금융과 관련 없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관에 대한 악의적인 정보를 일부 언론에 흘리는 경우도 있다는 게 해당기관 주변의 분석이다.

정부의 철학이 없어 금융권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정책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방향도 잡지 못한 채 지난 정부의 색깔 지우기에만 급급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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