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조세피난처와 페이퍼컴퍼니, 비난이 해결책 아니다

2013-07-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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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영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

뉴스타파, 구글과 애플, G8(세계 주요 8개국) 정상회담,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리오넬 메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네 가지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소재는 무엇일까? 바로 조세피난처와 페이퍼 컴퍼니다.

뉴스타파는 현재 진행 중인 우리나라의 조세피난처와 페이퍼 컴퍼니 논란에서 구글과 애플은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페이퍼 컴퍼니에 수익을 유보한 조세전략에서, G8 정상회담의 주제인 3T(Trade, Tax, Transparency)에서, 리오넬 메시는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탈세 논란에서 공통점을 가지게 됐다.

즉 조세피난처와 페이퍼컴퍼니에 관련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 만의 것이 아닌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가진 것 자체가 악(惡)으로 분류되는 듯하다.

물론 조세피난처에 돈세탁이나 탈세를 하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고 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옹호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것까지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다른 국가의 기업들이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해외 기업 활동 전략을 세워 기업 활동을 하거나 관행적으로 페이퍼 컴퍼니인 특수목적회사(SPC)들을 세워 활용하는데, 우리나라 기업들만 그러한 방식을 취하지 않는 것도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운업의 경우 선박을 매입할 때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거나, 선주 소유 선박을 SPC 명의로 등록하고자 이용되는 편의치적 등 국제 해운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계약 방식을 따른다. 국내 해운사들이 페이퍼 컴퍼니를 조세피난처에 세웠다는 사실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맞지 않다.

또한 해외사업영역을 발굴하기 위한 자금조달 목적이나 해외 상장의 목적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중국의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百度)는 나스닥 상장을 위해 미국 기업회계기준을 사용하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먼군도에 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의 수익 자산을 취득하고자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모회사인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의 페이퍼 컴퍼니로부터 수익을 분배 받아 정상적으로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해서 국제 시장으로 활동 반경을 넓힐 수도 있다.

국제적으로 세원이 잠식되면서 조세피난처에 대한 비난도,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의구심도 점점 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정상적으로 법인세나 소득세를 납부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점점 늘어가는 세수 증대의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누군가가 정상적으로 부담해야 할 부분이 다른 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전가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이다.

또한 각 개별 국가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구글이나 애플의 사례와 같이 탈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법의 입법 목적에도 정확히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하는 ‘공격적 조세회피 전략’(ATP)의 문제도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위해서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까지 비난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비난이 곧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소득세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현행 조세제도가 가진 지나친 복잡성을 비판하고, 궁극적으로 세제를 단순하고 합리적으로 개정해 더욱 진화된 조세제도 체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올바른 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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