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신사복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한국 성인 남성이라면 계절별로 최소 한 벌 이상의 신사복은 필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사복 시장 규모는 3조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섬유사업연합회가 발표한 복종별 시장규모인 4조8295억원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다.
신사복은 35조6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패션산업의 10%를 차지하는 주요 사업군 중 하나다. 하지만 인기와 성장률은 과거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최근 아웃도어 시장이 7% 넘게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지는 성적이다.
이미 국내 신사복 업체 대다수는 올 가을·겨울 시즌 생산계획을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 자체에 대한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백화점을 통한 유통채널 확보도 쉽지 않다. 신사복 매출이 정체 단계를 지나 이미 역신장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백화점 판매 수수료율과 인테리어 비용 지원 등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 못지않은 대우를 받는 제일모직의 갤럭시나 해외에 진출한 코오롱의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마땅한 파워브랜드가 부재한 실정이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는 브랜드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가두점 확장이나 신규 진출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뚜렷한 반전의 계기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제일모직과 LG패션, 코오롱 등 패션 대기업들은 신사복만이 아닌 패션업계 전반의 위기상황임을 직감하고 타개책을 모색 중이다.
제일모직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했다. 조직도 '되는' 사업 위주로 개편했다.
LG패션은 토종 브랜드인 헤지스와 시장에서 호응이 좋은 액세서리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코오롱은 액세서리 브랜드 쿠론과 여성복 쟈뎅 드 슈에뜨 등 외부에서 인수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수익성 강화와 매출 다변화를 목표로 제시한 전략들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신사복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업체들조차 신사복의 수익성이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유난히 더운 올 여름을 겨냥해 대규모로 출시된 '쿨비즈' 패션이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잔뜩 움츠러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반바지 정장이나 리넨·시어서커 등 소재의 특이성을 강조한 일부 제품군을 제외하곤 매출 상승률이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신사복 보다 캐주얼 상품군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서울의 한 백화점 신사복 매장 직원은 "쿨비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쿨비즈라 하면 반팔 셔츠나 얇은 재킷 정도를 생각한다"며 "패션잡지에 소개되는 반바지 정장이나 과감한 스타일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