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를 피하고,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다보니 기관장 선임이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들의 선장 없는 불안한 항해가 계속될수록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임기가 이날 끝났다. 하지만 신보는 차기 이사장을 맞이하기는커녕 아직 모집공고조차 내지 못한 상태다. 안 이사장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28조)'에 따라 차기 이사장이 결정될 때까지는 업무를 계속하기로 돼 있다.
신보뿐 아니라 안 이사장 개인적으로도 이런 상황이 편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이사장은 지난해 퇴임 할 예정이었지만, 며칠 만에 재연임이 확정됐다.
그리고 올해는 뜻하지 않게 임기를 넘겨서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 신보 관계자는 "차기 이사장을 선임하는 데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늑장 인사로 빚어진 일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신보의 차기 이사장으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정부가 관치 및 낙하산 논란을 우려해 지나치게 눈치를 보다 인사가 더 지체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수장이 빨리 취임해야 하반기 업무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을 텐데 정부가 너무 무책임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신보는 안 이사장이 계속 자리를 지킨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한국거래소는 김봉수 전 이사장 퇴임 후 벌써 한 달 넘게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자칫 기강 해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지난 15일과 16일 이틀 연속 거래소에 전산사고가 발생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부가 최대 주주인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계열사 대표 선임이 지지부진하다. 우리금융 측이 주요 계열사의 대표 후보자를 정부에 보고했지만, 정부는 "시간이 걸린다"는 말만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공기업 중 신보 및 거래소 이사장, 우리금융 회장 외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는 KDB금융지주 회장, 기업은행장, 정책금융공사 사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이다.
장영철 캠코 사장과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임기가 각각 올 11월과 12월까지이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내년 2월, 김정국 기보 이사장과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내년 8월까지이다.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2015년 5월 임기가 끝난다.
이 중 일부 공기업도 새 정부 출범 후 기관장 교체 가능성이 줄곧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어서 해당 기관장과 직원들의 애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공기업뿐 아니라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지역난방공사, 코레일, 한국수자원공사 등 다른 공공기관들도 아직까지 새로운 기관장을 맞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