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조각·모빌 창시자' 칼더 조각 리움에 왔다

2013-07-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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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알렉산더 칼더 대규모 회고전..회화 철사조각등 110여점 전시

리움미술관 야외공간에서 설치된 칼더 조작이 73개의 스테인리스 스틸공으로 이뤄진 아니쉬 카푸어작품과 어울려 공간의 활기를 더하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어렸을적 할아버지 스튜디오 언덕에서 봤던 대형모빌을 여기서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외손자인 알렉산더 로워 칼더재단 대표가 고개를 돌려 쳐다본 곳엔 빨강과 노랑색 몸통에 노랑 파랑 흰색의 모빌이 날개를 펴듯 세워져있다.
칼더의 말년작품 '거대한 주름' (1971)과 빨간 치즈를 연상하게 하는 '무제'(1976)조각이 이태원 삼성미술관 리움 야외공간에 설치됐다. 리움이 이번에 구입한 두점의 작품은 73개의 스테인리스 스틸공으로 이뤄진 아니쉬 카푸어 작품과 어울려 공간의 활기를 더한다.
16일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외손자인 알렉산더 로워 칼더재단 대표가 칼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6일 알렉산더 칼더의 대규모 회고전을 앞두고 만난 알렉산더 로워 대표는“할아버지는 당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것만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라면서 평생 2만3000여점의 제작한 칼더는 조수도 두지않고 작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18일 개막하는 칼더의 이번 회고전은 리움이 9년이나 공들인 전시다. '20세기 현대 조각 혁신'으로 꼽히는 칼더의 모빌과 스태빌을 비롯해 초기 철사조각과 드로잉 회화 등 110여점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선보이는 칼더의 최대 규모 전시다.


◆'폐물쟁이' 아이, 20세기 현대조각 패러다임 바꿔

쓰레기를 줍는 버릇으로 '폐물쟁이'로 불렸던 어린시절, 주머니는 늘 두둑했다. 길거리에서 주워모은 철사로 무언가를 만들던 아이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조각가, 어머니는 화가인 예술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냈지만 공대에 입학했다.

공대 졸업후 4년간 기술계통에 종사했지만 잠재된 소질을 버릴순 없었다. "내가 갈길은 예술이다" . 뉴욕 아트스튜던트 리그에 입학하며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 칼더는 미대를 졸업한후 잠시 삽화가로 일하기도 했다.

움직임에 심취했던 그는 동물원을 다니며 다양한 동물들의 동작을 드로잉해 책을 만들었고, 곡예단 서커스에 매료되어 '공간의 드로잉'으로 불리는 철사조각 '칼더 서커스'를 만들어냈다.
한 관람객이 칼더의 네개의 나무잎과 세개의 곷잎 작품을 보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1920년대 파리로 건너가 몬드리안과 미로 뒤샹등을 만나면서 '움직이는 조각'에 꽃을 피웠다. 1930년 기하추상 화가인 몬드리안의 작업실을 방문하면서 그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추상적으로 구현하게된다.

1931년 그는 크랭크와 모터를 사용해 움직이는 첫 작품을 선보인다. 마르셀 뒤샹이 '모빌'이라 이름붙인 역사적인 '움직이는 조각'의 등장이었다. 이듬해 1932년 그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작품을 천장에 매달아 자유롭게 움직이는 새로운 모빌을 제작함으로써 조각사에 혁신을 가져오게 됐다.

청동과 대리석, 무거운 조각 일색이던 당시, 양감과 좌대에서 해방된 그의 모빌은 조각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공간의 예술에 시간성을 더해진 모빌은 현대조각의 새로운 장을 연 가장 혁신적인 작업으로 현재까지 평가받고 있다.

리움미술관 홍라영 총괄 부관장은 "자연의 본질을 움직임으로 보고 이를 조각으로 표현한 칼더의 모빌은 20세기 최고의 혁신적 작업"이라며 "공간에 활력과 리듬을 부여하는 칼더 조각은 대기와 바람 중력등 자연과 교감하며 우주의 섭리를 담고자 했다" 고 설명했다.
칼더가 그의 부인 43세 생일에 선물했던 미니어처 모빌조각들./사진=박현주기자

◆'모빌은 삶의 기쁨..춤추는 한편의 시'

칼더의 예술적 재능과 동시대 아방가르드 미술, 움직임을 구현하는 그의 공학적 지식이 조화를 이뤄 탄생한 예술은 오늘날에도 창조의 원천이 되고 있다.

'모빌은 삶의 기쁨과 경이로움을 춤추는 한편의 시'라는 명언을 남긴 칼더의 조각은 '예술과 상업' 경계를 뛰어넘었다.

'혁신 조각'이라는 미술사적인 성과에 못지않게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흑과 백, 빨강 노랑 파랑 등 모빌이 보여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거대한 원색의 스태빌은 공간을 더욱 활기있게 해 세계 도처의 공원과 광장에서 사람과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국미술관, 파리 퐁피두 현대미술관등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 대여한 작품들과 뉴욕 칼더재단의 소장품으로 채워졌다.

'공간의 드로잉'로 불리는 칼더의 철사조각은 '폐품을 예술로' 올려놓은 칼더의 장인정신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위대함을 다시한번 보여준다.

칼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강연회도 마련됐다. 18일 알렉산더 S.C 로워(칼더재단)대표가 '칼더의 생애와 예술', 이번 전시를 기획한 태현선 수석큐레이터와의 토크가 열린다. 31일에는 최태만 국민대 교수가 추상조각과 칼더,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예술로 승화된 놀이'를 주제로 강연한다.
전시설명은 화~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1시,3시에 열린다. 관람료 일반 8000원, 초중고생 5000원.(02)2014-6550


칼더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목걸이도 전시됐다./사진=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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