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하반기 해외 시장별 시나리오를 마련, 시장 변화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정 회장은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등 총 60여명으로부터 올 한 해 지역별 실적, 주요 현안 등을 보고받았다. 또한 상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한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하반기 글로벌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특히 그는 "해외 시장에 답이 있다"며 "하반기에도 국내부문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에서 품질경쟁력과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로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유럽과 인도, 러시아 등의 침체에 중국의 저성장이 겹치고 엔저까지 지속되면 시장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사전 대비책을 철저히 마련해 성장동력을 잃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전년 동기(357만대) 대비 7% 증가한 383만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자동차시장 수요는 미국과 중국의 판매가 증가했지만 유럽, 러시아, 인도 등의 감소세에 밀려 2.2% 성장에 그쳤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수요와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지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만 9%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로서는 하반기 해외 자동차시장 변수가 증가하고 있어 시장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은 물론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는 상반기보다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상반기 두 자릿수 자동차시장 판매증가율을 기록한 중국도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과 자동차 구매제한조치의 확대 시행 등으로 인한 성장 둔화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엔저 지속으로 일본 메이커와의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하반기에도 엔저에 힘입은 일본 메이커들은 세계 시장에서 무이자할부와 인센티브 확대 등 한층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수요 감소, FTA 관세 인하 효과에 힘입은 수입차들의 공세, 국내 생산의 불확실성 증대라는 삼중고에 현대·기아차가 직면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전망에 따른 시장별 시나리오를 재점검하는 한편, 품질·브랜드·현지 특화 고객 밀착형 서비스 프로그램 등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