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남아 있는 '관치금융 여풍'

2013-07-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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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금융권이 또 다시 관치 의혹으로 들썩이고 있다. 한 달 전 국회 정무위원회까지 나서서 관치금융 당사자인 금융당국을 강하게 질타했었지만, 아직도 금융권에는 관치의 여풍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비록 소문과 의혹만 난무하는 게 사실이지만, 관치 논란으로 얼룩진 금융권 종사자들의 심정은 여전히 착잡하다.
김옥찬 국민은행 부행장(왼쪽부터),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윤종규 KB지주 부사장, 이건호 국민은행 부행장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금융사의 최고경영자 선임을 둘러싸고 금융당국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금융사의 노동조합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달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관치 논란으로 극심한 곤욕을 치른바 있다.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 사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등에 금융당국이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일부 금융기관의 새 수장들이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관료 출신이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달 17일에는 정무위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최고위 인사들을 불러 긴급 업무보고를 받았고, 이 자리에서 관치금융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의혹과 논란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장 선임에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당초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김옥찬 국민은행 부행장,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윤종규 KB지주 부사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이건호 국민은행 부행장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다시 관치 논란이 들끓게 된 것이다.

학자 출신인 이 부행장은 은행에 들어온 지는 2년이 채 안 돼, 외부인사로 평가 받는다. 국민은행 노조는 "금융당국 고위 인사가 행장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에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외부 인사가 행장에 선임될 경우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왼쪽), 강영구 보험개발원장

보험업계에서는 우리아비바생명이 논란에 휘말렸다. 강영구 보험개발원장이 우리아비바생명 차기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강 원장이 신 위원장의 고교 동창이란 점에서 학연에 따른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금융공기업인 신용보증기금도 관치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현재 안택수 이사장의 후임으로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이 유력시 되고 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홍 위원이 차기 이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안 이사장의 임기가 이번 달 끝나지만, 신보는 아직 이사장 모집 공고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도 금융위가 관치금융 논란에 부담을 느껴 눈치만 보면서 빚어진 일이다.

이달 초에는 증권업계에서도 관치 의혹이 제기됐다. 우리투자증권 대표가 일주일 째 공석으로 남게 되자, 노조가 대표 선임에 금융당국이 관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신임 대표이사로 내부인사인 김원규 홀세일사업부 대표가 선임되면서, 다행히 관치금융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으로 결론났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금융권 종사자들은 관치 가능성을 우려하는 눈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관치금융으로 금융당국이 많은 비판을 받았으면서도 관치 문화가 말끔히 사라진 것 같진 않다"며 "언젠가 또 한 차례 관치 논란으로 금융권이 들썩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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