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민주당 의원(양주·동두천)은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조세피난처에 대한 외화송금 내역' 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법인과 개인은 케이만군도,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 3곳에 총 7813억원을 송금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법인은 175개, 개인은 20명이었다.
송금 규모는 지난해가 1조5480억원으로 가장 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케이만군도가 11억6660만 달러로 가장 많은 돈이 송금됐으며 버뮤다가 2억160만 달러, 버진아일랜드가 570만 달러였다.
지난해에 이어서 송금액수가 많았던 시기는 2008년(1조4651억원)이었고, 2010년(1조2341억원)이 뒤를 이었다.
외국환거래법령에 따라 외국환은행은 한은에 미화 1000달러 이상의 외화 송금 거래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한은은 보고받은 정보를 국세청 및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정부의 조세 및 외환 감독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성호 의원은 "조세회피처로의 외환송금 내역에 대한 사후조치가 미진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시행하는 것이 지하경제 양성화의 첫걸음"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조세회피처 송금 내역자료에 대해 국세청은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관세청의 경우도 최근 5년간 이러한 조세회피처 3곳과 관련한 불법외환거래 검거 실적은 없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송금만으로 조세포탈 혐의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국세청 및 관세청 등의 더 적극적이고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감독기관은 국내 법인과 개인이 왜 조세회피처로 천문학적인 돈을 송금했는지, 이 돈의 사용처가 무엇인지 현미경 조사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