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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시픽 림> 스틸/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b>트랜스포머 속편에 실망을 당신을 위한 로봇대작</b>
가장 먼저 바로 오늘, <퍼시픽 림>이 관객을 찾는다. “<트랜스포머> 1편은 재미있었는데 2편부터는 실망이야”라고 생각했던 당신이라면, 로봇영화 팬이라면 강추다.
나쁜 로봇 대 착한 로봇, 그것도 원래는 같은 종족이었던 외계 로봇들의 대결을 보며 어쩐지 인간 세상의 다툼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고 ‘쟤네는 왜 지구에 와서 싸우지?’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다면 이번엔 안심해도 된다. 태평양 연안 해저에 생긴 균열, 저 먼 우주와 지구를 잇는 통로가 돼 버린 그곳을 통해 거대 외계괴물 ‘카이주’가 침입하고 이에 맞선 초대형 로봇 ‘예거’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출동한다. 보다 경계가 명확해진 적과 아(我,), 남의 일이 아니라 인간이 멸종되지 않기 위해 벌이는 사투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거대 공룡의 멸종을 카이주의 1차 침입으로 해석한 점, 그때는 대기가 너무 깨끗해 포기했다가 이번엔 오존층 파괴 등으로 살기 좋아진(?) 지구를 배후에서 카이주를 조종하는 외계인들이 노리고 있다는 설정도 영리하고도 재미있다.
다만 시종일관 어두컴컴한 화면은 아쉽다.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던 트랜스포머의 희뿌연 화면 번짐을 의식했는지, 주로 야간 전투와 한줄기 빛 없는 심해 전투로 대처한 탓이다. 어둠속에서의 발광은 더욱 눈을 피로하게 하는 법, 3D 안경을 수차례 벗어 눈을 비비는 수고가 필요하다.
<b>야구하는 고릴라의 시원한 타격…마음까지 훈훈</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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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 고> 스틸/ 사진=덱스터스튜디오 제공 |
애니메이션 3D보다는 실사 3D를 원하지만, 불 꺼진 극장에서 어두침침한 화면을 보는 게 내키지 않는다면 태양이 빛나는 초록빛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미스터 고>가 제격이다. 핏빛 격투보다는 딱, 딱~ 배트에 공 맞는 소리가 주는 청량감과 피할 수 없는 라이벌의 승부를 살려 상쾌하다.
실제로 <미스터 고>에는 여러 라이벌 짝지가 등장한다. 타자 고릴라 링링과 투수 고릴라 레이팅, 두산베어스 감독(김강우)과 NC다이노스 감독(김정태), 일본 주니치 드레곤즈 구단주(오다기리 조)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주(김인우) 등 주연부터 까메오까지 다양한 라이벌들이 때로는 긴장감을, 때로는 재미와 웃음을 준다.
<미스터 고>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각자의 입장에서 읽히는 스토리가 있고 감정소구의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국적이 달라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글로벌 정서를 표방한 김용화 감독의 의지가 만들어 낸 결과다.
물론 이 점을 놓고, 스토리가 밋밋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웃음 2번, 감동 눈물 1번’은 꼭 준다며 ‘김용화의 약속’을 기대한 관객들은 어딘가 섭섭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주입형 감동이나 짜내기식 눈물은 더 이상 원치 않는다. 링링의 성공 타격 몽타주를 볼 때 너무 재미있어서 혹은 너무 기특해서 어쩐지 눈물이 나는 식의 눈물과 재미를 추구했다”고 선을 그었다.
<b>가장 작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탄생</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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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보>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2013년 드림웍스가 레이싱하는 달팽이 터보를 주인공으로 <터보>를 공개했다. 이미 예상하고 있겠지만 결과는 <라따뚜이>의 경우와 흡사하다. 느림보 달팽이와 시속 230마일 눈이 핑핑 도는 카 레이싱의 만남은 기대 이상의 즐거움, 또 반전의 기쁨을 준다.
그리고 감히,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탄생이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대단한 용기와 꿈을 향해 돌진하는 열정을 지닌 터보는 그야말로 멋지다. 터보의 목소리를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 역시 처음에는 “달팽이가 레이싱이라니 말도 안 돼”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시나리오를 읽고는 “터보의 끈기와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에 끌려” 캐스팅을 수락했다.
오는 25일 관객을 찾아갈 <터보>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정말 좋아할 듯하다. 특히나 <카>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된다. 생명 없는 자동차를 의인화 해 벌이는 경주보다는, 작고 약한 몸통과 껍질을 지녔지만 생명 있는 ‘달팽이의 꿈’이 훨씬 더 감동적이다. 함께 간 어른들의 즐거움은 목소리를 연기한 쟁쟁한 출연진이 책임진다. 섹시한 라이언 레이놀즈 외에도 연기파 배우 폴 지아마티와 사무엘 L 잭슨, 또 래퍼 스눕독까지 목소리 연기에 가세했다.
<b>불황에는 극장 바캉스~</b>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경기침체에 연일 내리는 비로 불쾌지수 높은 세상, 시원한 극장에서 영화 한 편 어떨까.
날름거리는 거대 괴수의 혀와 공중을 가르는 로봇의 칼이 튀어 나오고(퍼시픽 림) 링링이 치고 레이팅이 던지는 속도감 넘치는 야구공이 눈을 찔끔 감게 하고(미스터 고) ‘인디 500’ 경주장에서 뿜어 나오는 굉음과 초고속 질주가 눈앞을 아찔하게 하는(터보) 3편을 다 본다면 금상첨화일 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