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정치권 때문에 한국 퇴행”…최병일 한경연 원장의 ‘돌직구’

2013-07-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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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 원장, 전경련 사보 최근호 기고문서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대한민국에 퇴행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이 국회를 향해 던진 한마디다. 젊은 세대 단어로 표현하자면 ‘돌직구’를 던진 것이다.

최 원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하는 월간 전경련 최근호에 실은 기고문에서 “스스로를 좁은 우물에 가두고 그 속의 개구리가 되어 자족하려는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어떻게 요동치든 아랑곳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대한민국 국회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정치권에 대한 불만감을 드러냈다.

연이어 통과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입법안으로 대기업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재계도 참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정치인과 국회의원을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뜻의 사자성어 ‘좌정관천’(坐井觀天·우물 속에 앉아 하늘을 쳐다본다)과 비유하고, 이들로 인해 ‘퇴행’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재계를 대변한다는 전경련으로서도 상당히 강한 표현이다. 전달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지면을 통해 ‘역주행’이라며 정부를 비판한 것에 비해서도 상당히 수위가 높다.

기고의 전체 흐름도 마찬가지다. 최 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갑과 을, 빈자와 부자로 재단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공정한 조정자’라 자임하고, ‘입법 처방전’을 특효약으로 꺼내드는 정치인에게 울타리 밖 세계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활동을 잠재적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인위적인 정부 개입으로 자연스런 시장의 흐름을 끊어놓는 것이 세계무대에서 기업을 도태시키고 무한경쟁에서 뒤처지게 해서 결국은 국부도 창출하지 못하고 일자리도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될 우울한 가능성에 눈과 귀를 닫아둔다면 그 책임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최 원장은 “국내 정치의 이해득실에 따라 분배의 정치학에 매몰된다면 나중에 나눌 파이가 점점 작아진다는 역사적 교훈을 언제까지 ‘우리는 다르다’며 모르쇠로 일관할 것인가”라며 “기업의 활동무대는 전 세계로 열려 있고, 세계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투자 모셔오기 경쟁에 몰입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만 국내용 입법의 좁은 우물에 갇혀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그럴싸한 법을 만들어 낸다 한들 시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라면 집행 자체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며 정치에 대한 불신만 양산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정치, 이제 좌정관천을 벗어날 때가 됐다. 대한민국, 여기까지일 순 없지 않은가”로 끝을 맺었다.

이 부회장에 이어 전경련의 싱크탱크인 한경연의 수장인 최 원장까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서슬퍼런 비판을 서슴지 않는 것은 이들의 일방통행식 재계 압박을 막고, 원활한 기업 활동을 보장받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데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다만 이러한 행동이 필요할 때가 아닌, 대세가 기울어진 지금에 와서야 전경련이 날을 세우는 것에 대해 의아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민주화법 법안들에서 노력에 비해 재계의 입장이 크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회원사들로부터 불만의 시선을 받은 전경련이 앞으로 열릴 국회에서 논의될 나머지 법안에서도 제 역할을 못할까봐 하는 불안감이 이런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자극적인 단어로 갈등을 유발하기 보다는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정치인들을 설득시키는 게 더 옳은 방법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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