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3일 개성공단 내 설비의 국내외 이전에 필요한 조치와 지원책 강구를 정부에 요구하면서 사실상 정부 책임론을 제기 하고 나섰다. 정부는 신중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소재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정부는 설비의 국내외 이전에 필요한 조치와 지원책을 강구해 달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계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빈사상태에 놓인 기업의 회생과 바이어 이탈 방지를 위해 이른 시일 안에 공단의 폐쇄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결정을 안 할 경우 우리는 개성공단 설비를 국내외 지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북한당국은 즉시 군 통신 연결과 설비 이전에 필요한 제반 조치를 취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최후를 맞는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학권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우리가 투자한 설비를 유지·보수하기 위한 최소한 인력의 방북을 수차례 호소했다"며 "그러나 남북 양국이 이런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아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계·전자업체는 국내외 다른 지역에서 생산을 계속하기 위해 설비를 돌려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기계설비의 이전은 공단사업의 포기까지 감수하겠다는 의사로 비쳐진다.
유동옥 대화연료펌프 회장은 "금형과 같은 기계설비도 문제지만 지난 10년간 공단에서 일하면서 숙련된 기술인력이 떠나고 바이어들과의 거래가 끊기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피해가 늘어나는데 계속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한 기업인은 "공단이 폐쇄하는 데까지 오게 된 것에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물론 북한이 잘못했지만, 기업들에 투자보장을 한 우리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재권 대표 공동위원장은 "파행사태 석 달이 돼가는데 정부 지원 중 실제 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695억원에 불가하다"며 "기업인들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며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부는 '정부 입장자료'를 통해 "북한당국의 일방적인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우리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정부는 남북당국간 대화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하루속히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며 "아직까지 북한이 남북당국간 대화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기업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정부의 대책 마련을 계속 촉구하는 한편, 개성공단의 어려운 상황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4일 공단 정상화를 염원하는 '평화 국토대행진'에 나선다.
이들은 부산에서 출발해 대구·구미·대전·세종시·천안·수원·여의도·광화문 등 20여곳을 거쳐 오는 28일 통일대교에 도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