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기계산업진흥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계산업은 연초 엔-달러 기준환율을 80엔으로 보고 올해 수출 목표액을 521억 달러로 설정했다. 하지만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진흥회는 엔-달러 환율이 105엔이 될 경우 당초 전망치에 비해 약 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금액으로는 약 1조7000억원, 달러화로는 15억2000만 달러에 해당한다. 한때 103엔을 넘어섰던 엔-달러 환율은 현재도 100엔대를 이어가고 있어 해외시장에서 심각한 가격 경쟁력 상실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 상반기 수출입 실적(잠정치)에서 일반기계산업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7% 감소한 239억6600만 달러에 머물렀다. 4월까지는 조선 수출을 제외할 경우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이마저도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진흥회가 매월 발표하는 기계산업 동향 최근호를 보면 심각성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4월말 기준 건설·농기계 및 공작기계와 섬유, 냉동공조, 반도체장비 등 다른 산업의 설비를 제공하는 기반인 일반기계산업은 엔저의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며 수출이 약 2%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기계산업 수출은 수주를 근거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올 상반기 수주 활동이 어려웠음을 의미한다. 수주 부진은 생산 및 출하감소로 이어지며 전체적인 업황을 불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실제로 중동, 동남아, 일본에 크레인, 호이스트를 수출하는 국내 한 기업은 일본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일본 기업들에게 수주를 빼앗기기도 했으며, 일본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들도 바이어들로부터 턱없는 단가인하 요구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4월까지 기계품목의 대일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7%나 줄었다.
기계 업계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본격화 되면서 국내 시장 수요가 위축되고 일본과의 해외시장 경쟁 격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금형기계의 경우 지난해 일본 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20% 우위에 있었으나 (엔저로 인해) 지금은 가격경쟁력이 열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진흥회와 관련 업계는 상반기에 부족했던 수주 활동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에 해외 박람회 참가 및 바이어 미팅 등 다각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 등 신시장 경기도 둔화 또는 위축되며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연간 수출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은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