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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왼쪽)과 김승연 한화회장(오른쪽) |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재계의 좌장 역할을 맡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버지를 대신해 삼성그룹의 새로운 얼굴로 화려한 데뷔를 한 것에 비해 두 그룹은 규모에 있어 결코 적지 않은 중국 내 활약상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다.
두 그룹에서는 김창근 SK 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과 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이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여했지만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8월 16일 구속 수감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1월 31일 구치소로 향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여전히 경영일선에 복귀하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고 있다.
두 그룹 모두 중국에서 새로운 사업 모멘텀을 닦고 있는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오너의 빈 자리'는 더욱 크다. SK그룹은 박 대통령 방중 기간인 지난달 28일 한·중 수교 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합자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지난 2006년 최 회장이 직접 현지로 날아가 파트너사인 시노펙과 추진한 결과물이었다.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로 시작된 이 사업은, 좌초될 수 있는 위기 때마다 최 회장이 중국 정부 요인들을 직접 만나 설득한 끝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7년 만에 일군 결실을 그 누구보다 보고 싶었을 그는 결국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최종 계약 서명식에서 왕티엔푸 시노펙 총경리도 "오늘 이 자리는 최 회장의 진심어린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최 회장이 이 자리에 왔어야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화그룹도 지난 2011년 김 회장의 지시로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한화차이나를 설립하는 등 향후 10년 한화그룹이 글로벌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으로 중국을 꼽았다.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태양광 사업을 전담하는 한화솔라원을 비롯해 중국 닝보에 폴리염화비닐(PVC)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화케미칼, 중국 내 보험영업을 준비 중인 한화생명 등을 통해 현지 사업을 다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두 회장이 수행을 했더라면 두 그룹이 더 큰 선물을 제시했을 것"이라며 "이는 개별기업의 차원을 넘어 한·중 경제협력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키우는 데 일조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더욱 큰 문제는 장기화하는 세계 경기불황에 각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5% 이하로 떨어지는 등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고, 최근 본격화된 경제민주화 조치들까지 겹치면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두 그룹 모두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집단경영체제를 통해 버티고 있지만 오너의 복귀가 늦어지면서 사업추진의 속도는 떨어지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중국을 비롯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진, 특히 '오너'의 결단과 실행·책임경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SK그룹이나 한화그룹 모두 회장의 부재로 신규사업 진출과 투자 활동이 더디게 진행되거나 중단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명경영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하지만 그 책임을 법적 처벌로만 물을 게 아니라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 경제에도 기여토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라며 "두 회장을 하루빨리 경영일선에 복귀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