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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US여자오픈 최종일 첫 홀에서 잡힌 박인비의 드라이버샷 백스윙 톱. 코킹은 안 이뤄졌고 스윙도 작아보인다. [사진제공=USGA]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세계 여자골프의 중심으로 떠오른 박인비(25·KB금융그룹)에게도 아직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 있다. 스윙도 독특하다.
박인비는 미국LPGA투어에서 9승(메이저대회 4승 포함), 일본LPGA투어에서 4승을 올렸다. 그러나 국내 대회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그는 2008년 한국여자프로골프에 입문해 지금까지 8개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 2008년과 2009년에 2위를 한 차례씩 했을 뿐 국내팬들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지 못했다.
박인비는 2006년 미국에서 먼저 프로가 됐다. 2007년 미LPGA투어에 데뷔해 7년째를 맞고 있으나 국내외 공식대회에서 홀인원을 한 적이 없다. 미LPGA투어에서 1승을 올리지 못한 정일미나 배경은이 한 해 두 번의 홀인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의외다. 더욱 박인비는 정확한 샷을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난 선수다.
박인비 골프에는 OB가 없다. 장타자가 아니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올시즌 그의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47야드(약 226m)로 미LPGA투어에서 중위권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 떨굴 수 있는 일관성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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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본 박인비의 백스윙 톱.어깨는 90도정도 돌아갔고, 샤프트는 지면 과 평행도 되기 전에 멈췄다. [사진제공=던롭] |
박인비는 그런데도 견고한 하체로 스윙을 받쳐준다. 미국 골프월드는 “박인비는 스윙 밸런스가 뛰어나다”고 분석한다.
그의 약혼남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씨의 조언도 박인비에게 큰 힘이 됐다. 남씨는 약혼녀의 스윙을 ‘보기 좋게’ 뜯어고치려고 하는 대신 어떤 상황에서도 똑같은 구질을 낼 수 있게 고착시키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 특히 우승경쟁으로 중압감이 있을 때에도 똑같은 스윙을 재현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기울였다고 외신은 전한다.
박인비는 표정변화가 거의 없다. 게임이 안 풀릴 때에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서두르지도 않는다. ‘돌부처’ ‘포커 페이스’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지난주 US여자오픈에서도 72번째 홀에서 우승을 확정짓기까지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미LPGA투어에서 “당신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말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이라고 묻자 박인비는 “캄(calm)”이라고 했다. 마음이 안정됐다는 방증이다. 또 “아버지가 해준 최고의 조언은?”이라는 질문에 박인비는 “‘걱정말라. 행복하게 살라’는 말이다”라고 대답했다. 타고난 침착성에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까지 갖췄다.
한 외신은 그의 이름을 본따 박인비를 ‘윈비’(Winbee)라고 표현했다. 박인비를 ‘이기는 벌’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