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대규모 정보수집 폭로 파문, 미 민주주의 성숙 계기돼야

2013-07-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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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베트남 전쟁이 본격화했던 1971년 6월 13일, 뉴욕타임스에는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자행한 잔인하고 추악한 행위를 폭로하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 보도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미국의 베트남 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했던 국방부 소속 군사전문가 대니얼 엘즈버그가 관련 기밀문서를 뉴욕타임스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를 통해 폭로된 기밀문서에 따르면 미국이 북베트남을 공격하는 명분이 됐던 지난 1964년 8월 발생한 통킹만 사건은 미국이 북베트남을 먼저 공격해 치밀하게 유도한 사건이었다.

이런 기밀문서의 내용이 전 세계에 알려지자 미국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었고 반전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이 기밀문서 폭로는 한편으로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미국 정부는 뉴욕타임스를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미 연방 대법원은 언론에 대한 사전검열을 금지한 헌법 조항을 엄격히 적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어떠한 국익도 국민의 올바른 알 권리를 위한 언론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보다는 소중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라 생각한다.

비록 베트남 전쟁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국은 건국 이래 최초로, 그것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뒤떨어졌던 약소국으로부터 비참한 패배를 당했고, 국내적으로도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겪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미국 국민들은 독립전쟁 이후 자랑으로 여겼던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다.

대니얼 엘즈버그의 기밀문서 폭로는 결과적으로 미국 민주주의를 진전·성숙시켰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정보수집 활동을 세상에 알린 에드워드 스노든(30)이 간첩과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현행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기자는 모른다. 하지만 미국 사법부가 대니얼 엘즈버그의 기밀문서 폭로 관련 재판을 할 당시의 모습을 다시 보여준다면 미국 민주주의는 지금보다 한층 성숙·진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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