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단골손님에 금융권 M&A 몸살

2013-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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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교보생명, 금융권 M&A시장 '미운 오리'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이 명함만 내밀고 꽁무니를 빼는 단골 입찰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금융사들은 M&A시장에 주요 매물이 나올 때마다 입찰에 참여했다가 막판에 인수 계획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적극적인 인수 의사가 없음에도 입찰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날 경우 과열로 인해 인수 가격이 부풀려져 M&A 성공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M&A시장 단골 고객으로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우선협상권을 동양생명의 대주주 보고펀드에 빼앗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을 꼽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동양생명, ING생명 동남아법인(홍콩·말레이시아·태국) 인수전에 잇따라 참여했으나 두 차례 모두 막판에 인수작업을 중단했다.

이번 ING생명 한국법인 입찰에서는 보고펀드에 비해 낮은 인수가를 제시해 우선협상 순위에서 밀렸다. 하지만 한화생명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것은 그만큼 인수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우선협상권 부여는 개념이 다르다"며 "우선협상권을 획득하지 못했을 뿐 ING그룹과의 협상은 계속해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화생명과 함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교보생명은 사실상 우리은행 인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교보생명은 현재 우리은행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복수의 투자자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이 처음부터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할 생각이 없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에도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전에 참여하려다 예비입찰 당일 계획을 접은 바 있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입찰에만 참여했을 뿐, 인수작업을 맡을 주관사조차 선정하지 않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인수 주관사를 선정하지 않은 것은 회사 내부에 M&A 전문인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각 부서 직원들이 담당 분야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입찰 시기와 자금 여력을 감안할 때 교보생명이 ING생명 한국법인과 우리은행 인수를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

교보생명이 향후 우리은행 인수전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되풀이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핵심 매물인 우리은행 매각에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M&A시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중도하차하는 입찰자가 나오거나, 갑자기 협상이 결렬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도 "인수전에 무책임하게 발을 담갔다 반복적으로 발을 빼는 행위는 시장질서상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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