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나는 루게릭병을 앓다가 작아지고 작아져 30킬로그램의 가볍디가벼운 체중으로 저세상으로 옮겨가신 그이의 엄마 이야기를 빠져들듯 읽다가 여러 번 눈을 감았다. 내 엄마의 말, 내 엄마의 상처, 내 엄마가 누린 소소한 행복, 내 엄마의 체온, 내 엄마의 손길이 거기 있었다"며 소설가 신경숙이 이 책의 추천평을 썼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쓴‘엄마 에필로그’(마음산책)에세이다.
심 대표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는 절절한 마음을 글로 옮긴 책이다.
“엄마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고 싶었다”는 심 대표는 남들에게 잘 드러내지 않을 법한 개인사와 어머니의 투병기 등 속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제 내 나이 오십, 엄마는 꼭 여든 살이 되셨다. 서로를 긁지 않고 노려보지 않으며, 여유 있게 주방 식탁에 앉아 맛난 음식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엄마의 주름 많은 얼굴도 손으로 만져 확인하고, 엄마의 너그러워진 마음씨와 나이 들어 느려진 말투로 우리 지난날을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엄마는, 내 옆에 없다." -20쪽, '나의 오십, 엄마의 오십'중에서-
유난히 어려운 살림에 4남매를 애지중지 길러낸 어머니, 유방암 투병에 이어 불치병인 루게릭병에까지 걸려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그가 느끼는 미안함과 슬픔은 각별하다.
심대표는“엄마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엄마는 내게 어떤 사람인지를 쓰는 것으로 그나마 대신하고 싶었다. 그러면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나의 슬픔도 좀 옅어질 것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어머님이 보시기에 따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엄마는 대뜸 이렇게 말하셨다.
“아주 독한 년이에요.”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딸이라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하긴 했어도, 엄마의 생애 첫, 짧은 인터뷰를 바라보는 딸로서 참 쑥스러웠다. <엄마에게 바치는 영화> 중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영화 광고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영화 마케터, 제작자까지 20여년간 영화인으로 살아온 심 대표는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176쪽. 1만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