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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기재부 제1차관 |
미국의 출구전략은 기본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의 자금 회수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한국의 주식·채권·외환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이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외화자금 조달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문제는 금융시장의 일대 혼란이 실물경제로 전이될지 여부다. 금융시장 불안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고, 시장금리 상승이 기업과 가계의 자금부담으로 이어질지가 변수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서만 2000선에서 21일 1822.83으로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만 해도 5조원을 넘어섰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약 11개월 만에 연 3.04%를 나타냈고, 원·달러 환율도 지난달 말 달러당 1129.70원에서 21일 1154.70원까지 급속하게 올라섰다.
증시·채권·원화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도 비상이 결렸다. 기업들은 급격한 자금 유출로 인해 금융시장의 쇼크가 발생할 것에 대비, 전담팀을 두고 환율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실물경제에 타격이 있을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출입 기업들은 환율 급변동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장 수입물가가 올라가 부담이 커지게 되고, 수출기업들도 불확실성이 커져 안정적인 경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 환율 상승세로 주가가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발행 등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파가 지속돼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자금난을 겪을 우려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버냉키 쇼크'로 우리 경제가 출렁이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우선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키 위해 7월 중 장기채 물량 축소 등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시장의 변동성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 금융시장 및 자본유출입 모니터링 강화, 해외투자자에 대한 올바른 경제상황 홍보,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투기세력에 대한 시장 안정조치 및 7월 중 장기채 발행 물량 축소 등 선제적 조치, 국제공조 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재정건전성과 대외건전성 등 기초 경제체력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양호하다"며 "이 때문에 무디스와 모건스탠리 등 신용평가사와 해외IB는 양적완화 축소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오히려 미국 경제회복에 따라 수출 등의 측면에서는 기회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