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재무장관들은 전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회의에서 18시간 부실은행 퇴출 방안을 논의했으나 의견 차이가 커 결렬됐다.
부실은행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채권자와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손실을 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였다. 앞서 EU정상들은 지난해 12월 은행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은행 스스로 지게하는 부실은행 정리방식을 도입하기로 합의했었다. 은행이 파산한 경우 주주가 가장 손실 부담이 크며 채권 보유자, 10만유로 이상 고액 예금자 등도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키프로스 사태처럼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자에게 손실을 지우면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을 초래할 수 있어 이같이 논의하게 됐다. 부실은행 손실 책임을 주주와 채권자들에게만 부과해야 하는지 소규모 기업들과 10만 유로 이상의 비보장 예금자에게 책임을 물린 것인지 말이다. 아일랜드는 부실 은행 전체 부채의 8% 가량 손실을 부담하게 되는 투자자에 대해 각 국가가 손실부담에서 빼줄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손실 부담에서 빠진 투자자들을 정리 펀드를 통해 지원해줄 경우에도 지원 규모는 전체 정리 펀드 재원의 5%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유로존과 비유로존 회원국 간 갈등이 컸다. 부실은행 퇴출과 관련 각 국가에 얼마나 큰 재량권을 부여할지 의견이 크게 충돌했다. 영국·프랑스를 포함한 비유로 국가들은 각 국가에게 상황에 따라 유연성이 피력하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은행 파산 처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새로운 EU 규칙에 제한을 두면 안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영국·스웨덴·덴마크가 비유로존 국가에게 같은 잣대를 지우면 손실이 훨씬 크다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스웨덴의 안데르 보그 재무부 장관은 “제한이 엄격한 시스템은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그룹은 EU 규정에 대한 과도한 재량권을 두면 안된다고 반대했다. EU 27개국에 동일한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같은 화폐를 쓰는 국가에서 유로존 긴급 구제 자금이 더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U재무장관들은 오는 26일 EU정상회의 전날 부실은행 정리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한다. 어느정도 차이점이 감소했지만 오는 회의에서 합의점을 도출할 것이란 기대는 적다. 회의를 주재한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시간이 부족하고 매우 복잡한 사안이다”며 “ 다음회의에서 결론에 도달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