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리뷰] 예습이 필요한 로맨틱 코미디 ‘빅 웨딩’

2013-06-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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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뮤제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홍종선 기자= 복잡한 국제 정세나 전문 지식이 담긴 영화도 아닌데 이 영화 ‘예습’이 필요하다. 로맨틱 코미디, 그것도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캐스피언 왕자로 스타덤에 오른 벤 반스와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신예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예비 신랑신부로 나오는 영화에 무슨 예습이 필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만일 로버트 드 니로, 수잔 서랜든, 다이앤 키든, 로빈 윌리엄스라는 명배우가 대거 출연하고 미국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캐서린 헤이글, 영화 <스파이던맨3>의 멋진 악당 베놈으로 주가를 높인 토퍼 그레이스까지 가세했다는 것에 매료돼 무작정 티켓을 끊었다간 영화가 시작된 후 30분이 지나도록 출연자들의 기본 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헤매는 자신을 발견하기 십상일 것이다.

그렇다 ‘관계’다. 예비신랑 알레한드로(벤 반스)의 친어머니가 뱉은 대사처럼 ‘막장 드라마’ 같은 한바탕 결혼소동을 그린 이 영화의 재미를 보다 빨리 즐기기 위해서는 인물 관계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고, 짧은 예습만 마치고 영화를 본다면 웬만한 ‘사랑과 전쟁’ 드라마보다 더욱 솔직,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를 맛볼 수 있다.

관계는 알레한드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에게는 세 명의 ‘엄마’가 있다. 이탈리아인으로 아들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바다를 건너 온 생모, 어린 알레한드로를 입양한 미국인 엄마 엘리(다이앤 키튼), 엘리가 남편 돈(로버트 드 니로)과의 이혼으로 집을 떠난 후 중학생 시절부터 함께 살며 키워 준 돈의 애인 비비(수잔 서랜든)이다.

관계는 좀 더 복잡해진다. 엘리와 비비는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인 동시에 한 남자의 전처이자 현재의 동거녀라는 미묘한 관계에 놓여 있다. 돈이 부인 엘리를 두고 친구와 바람을 피운 결과다.

영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세 명의 어머니를 둔 남자를 신랑으로 기꺼이 맞이하려는 예쁜 신부 미시(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부모는 돈과 비비, 엘리와 오랜 친구다. 복잡한 속사정 서로 아는 터라 일사천리 준비되던 결혼식은 ‘난관’을 만난다. 생모에게 돈과 엘리의 이혼을 말할 수 없었던 알레한드로는 결혼식이 열리는 주말 동안 ‘여전히 부부인 척’을 요청하고, 신이 나서 막내아들의 결혼을 준비해 오던 비비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되 지켜보고 참견할 수 있는 묘안을 내며 영화 전개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사실 이 정도를 두고 ‘막장’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 간에, 사돈 간에 얽혀드는 애정관계가 새로이 등장하고 잘 감춰 두고 잘 묻어 두었다고 생각했던 가족 간, 사돈 간, 친구 간, 이웃 간의 ‘막장 비밀’들이 속속 밝혀진다.

그냥 ‘사랑과 전쟁’을 몇 편 몰아 볼 일이지, 굳이 왜 이 영화를 봐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명불허전 명배우들의 연기를 이토록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이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기 아깝고, 가족영화 속에서도 도드라지는 벤 반스의 섹시한 매력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로빈 윌리엄스가 해 낸 맛있는 양념 역할도 직접 확인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미 검증된 대선배 배우들의 인생이 묻어나는 명연기, 그에 뒤지지 않고 신선함을 꽃피우는 후배들의 풋풋한 연기, 신구세대의 앙상블을 감상할 수 있는 <빅 웨딩>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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