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 현장증언> <16> 중국 전자업체 10년 굴기 목격한 강한호 BOE 총감

2013-06-14 15:42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한국 경제에 'IMF 구제금융'이라는 화마가 덮친 1997년. 강한호 BOE(징둥팡·京東方) 베이징(北京)·허페이(合肥)공장 생산관리 총감(전무급)은 당시 현대전자 LCD사업본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IMF 이후 정부가 추진한 빅딜로 인해 현대전자는 1998년 LG반도체를 합병하게 된다. 빅딜을 통해 세계 최대의 D램 생산능력을 확보한 현대전자였지만 2001년 사상 유례 없는 세계 반도체 경기 악화로 경영위기를 맞았다.

그 해 현대전자의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은 전년 대비 무려 80% 폭락했다. LG반도체 인수를 위해 무려 15조원을 쏟아부은 현대전자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주거래은행 등 채권단에서는 첨단기술을 보유한 LCD사업부 매각을 추진했다. 최고경영층에서는 매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LCD사업부는 하이디스라는 이름의 회사로 분사됐고, 2002년 중국에서 브라운관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징둥팡이 하이디스를 인수했다.

강 총감은 회사가 중국 업체로 넘어가자 새벽마다 사내 연수원에서 중국어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하이디스 직원 누구든지 중국어를 공부해두면 좋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행에 옮긴 사람은 강 총감이 유일했다.

이후 징동팡의 고위 경영층이 하이디스를 방문해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강 총감은 중국어로 사회를 보게 됐다. 그의 중국어를 듣던 최병두 당시 하이디스 사장은 "자네 중국어를 제법 하는데 중국에 갈 의향이 있나"라고 제안했고, 강 총감은 낯선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리라 결심했다. 2003년 9월 17일 강 총감은 베이징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 징둥팡은 LCD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였다. 강 총감은 한국에 있던 LCD모듈 공장의 일부 라인을 옮겨와 공장을 마련하고 작업자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LCD 기술력이 일천한 중국 현지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첨단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옆자리에서 전화벨이 울려도 자신에게 온 전화가 아니라며 받지 않는 현지 직원들, 시간 약속을 어겨놓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현지 직원들을 대하며 참다 못해 호통을 치는 날들이 이어졌다.

강 총감은 "당시 제 부하직원으로 일을 배운 이들이 지금은 부총경리나 고급 간부로 성장했다"며 "징둥팡 최고경영층은 현지인을 육성한 점을 높이 평가해 내게 '교장선생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인재육성 공헌상'이라는 포상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징둥팡은 하이디스를 인수한 후 하이디스의 기술을 접목시켰고, 2005년 베이징에 첫 LCD공장을 세워 양산 가동하게 됐다.

강 총감은 2006년 품질관리담당 임원으로 발탁됐다. LCD 제품 품질을 총괄하는 자리로 연구개발, 생산공정, 구매 등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보직이었다.

당초 3~4년간 중국에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요량이었지만 2007년 하이디스 한국사업부가 대만 업체에 매각되면서 강 총감은 징둥팡 직원으로 남게 됐다. 이어 2009년에는 고객담당 임원으로 2년간 일한 후 2011년부터 베이징공장과 허페이공장을 총괄하는 생산관리 총감을 맡고 있다.

10년 동안 징둥팡이라는 중국 전자업체의 발전상을 두 눈으로 목격한 그는 "어느덧 중국에서 생활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며 "이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내 10년 동안의 경험을 정리해보고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한호 총감 이력
△1956년생 경남 하동 출생 △한양대 경영학 석사 △1984년 현대전자(현재 하이닉스) 통신사업본부 입사 △1994년 현대전자 조달본부 구매기획팀장 △2000년 하이닉스 LCD사업본부 부품품질 담당 △2003년 BOE LCD 모듈공장장 △2006년 BOE 품질관리담당 임원 △2009년 BOE 고객담당 임원 △2011년 BOE 베이징공장·허페이공장 총괄생산관리담당 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