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인 이날 대부분 직장들이 지난주 징검다리 연휴를 보낸 뒤, 피곤한 얼굴로 출근길에 올랐지만 현대아산 직원들의 표정은 밝고 기운에 차 있었다.
남북 간 대화채널이 재가동하면서 중단된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0일 현대아산에 따르면 대북 사업 재개 준비를 위해 구성된 '남북경협재개 추진 태스크포스(TF)'팀은 지난 주말에도 거의 전원이 출근하며 '풀가동' 중이다.
지난 7일 김종학 사장 주재로 임원회의를 개최하고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TF는 현재 금강산 관광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기존 10명에서 개성공단 사업 재개를 위한 TF팀이 합쳐져 20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월 TF를 구성했으나 남북 간 대화 단절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던 TF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모습이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현재 모든 상황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재개가 결정될 경우 차질없이 업무가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각 TF 인력뿐 아니라 실무진도 사업 재개 이후를 대비해 추가 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아산 측은 전날 새벽까지 이어진 남북 실무접촉 결과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오는 12일 열릴 회담의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11년 일방적으로 북한으로부터 취소당했던 현대아산의 사업 독점권의 효력과 몰수된 자산 등의 회복도 관건이다.
현대아산은 내부적으로도 끊어졌던 대북 비선라인과 대관 라인을 총동원해 사업 재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다만 "지난 경험 상 남북 대화의 방향이 언제 어떻게 흐를지 모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아산은 우선 TF팀을 중심으로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한 준비를 마친 뒤, 남북 간 협의가 진전될 경우 즉시 실무진으로 업무를 이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아산 측은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가 결정될 경우, 이르면 두 달 안에 5년 전과 같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아산은 지난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사건 이후 사실상 유일한 주력 사업이었던 금강산·개성 관광사업이 중단되자 생존을 위한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아왔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공적개발원조사업(ODA) 분야와, 중국 베트남 태국 등의 전세여행 패키지 사업, 공공기관 및 공공주택 건설 사업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며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고, 일부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대아산은 지난 2008년 이후 매출 손실 누적액이 7000억원에 달하고, 인력도 2008년 1084명에서 지난 3월 기준 327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현대아산은 대북 사업 과정의 유동성을 감안해 우선은 현재 인원으로 준비하되, 인력을 최대한 가용해 사업 재개 준비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지난달 31일 이화여대로부터 '자랑스런 이화인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힘든 일이 많겠지만 현대그룹과 남북경협사업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며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지난 5년간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가 현대아산의 염원이었던 만큼 회담의 결과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도출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현대아산 대북사업 개발권자로서 그 이후의 몫인 사업 진행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