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내놓은 고용률 70% 로드맵에는 성장보다 고용을 우선시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로드맵 발표 후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경제운용 중심을 과거와 같이 성장률이 아닌 고용률에 둘 것"이라면서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 고용에 있음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부에서는 항상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책정해왔다. 하지만 모두 경제성장을 통해 고용을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국정운영의 중심 지표에 고용을 놓은 것은 박근혜정부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고용만을 강조하기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경제성장률이 발목을 잡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6%다. 지난해 11월 3.1%보다 0.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보통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일자리는 7만6000개가 줄어든다.
올해 초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올해 창출 가능한 신규 일자리 수를 약 25만개로 전망했다. 대내외 불안 지속으로 지난해 급증했던 자영업자가 올 들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 이에 따라 총 일자리가 전년 대비 18만개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었다.
반면, 로드맵에서는 시간제 일자리 정착 등을 통해 매년 일자리 50만개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초 전망치보다 두 배 가까운 실적을 올려야만 비로소 달성 가능한 목표인 셈이다.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고용만을 강조할 경우 이는 결국 기업들의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좋은 일자리는 전반적으로 성장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성장 없는 고용은 결국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가 내놓은 로드맵대로 고용이 이뤄지려면 적어도 8%대의 경제성장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성장과 고용의 관계를 경제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선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가 자연스러운 성장에 의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고용만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가 나름 괜찮았던 2000년대 초반 한 해 약 20만개 후반의 일자리가 생겼다"며 "경기가 그때보다 안 좋은 상황에서 시간제 일자리 안착을 통해 여성 및 장년층 고용률을 끌어올리더라도 일자리 50만개를 만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고용정책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은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통해 고용이 늘어나는 구조가 더 이상 아니다"라며 정부의 고용 중심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