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편의점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불공정 행위 실태조사'' 결과 기자간담회에서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밝히고 있다. |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초기 투자 비용이 다른 가맹사업에 비해 적다는 이점 때문에 쉽게 생각했던 게 문제죠. 우스개 소리 같지만 들어올 때는 내 마음이라도 그만 두고 나가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편의점입니다.”
회사를 그만 두고 3년 전부터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최영호(가명, 46세)씨는 지난 1년 간 사업 지속여부를 놓고 가맹본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개업 당시 가맹비와 판매보증금을 포함해 5000만원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다는 본부의 말에 너무 쉽게 결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가맹본부 측은 일매출 최소 150만원을 제시했다. 최저 수입으로 월 500만원을 보장한다는 약속까지 하며 최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편의점을 시작한 최씨는 곧바로 수많은 난관에 봉착했다.
최씨는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순간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새우잡이 배를 타게 되는 겁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재고물량 반품도 애초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비용은 최씨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다른 비용이라도 조금 줄여보자 싶어 매출액 비중이 10%에도 못 미치는 심야영업을 줄일 수 있냐고 문의했다. 하지만 본부는 회사와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24시간 영업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본부는 최씨가 영업 중인 편의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새로운 매장을 들어섰다. 최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편의점 운영을 계속하고 있지만 현상유지도 버거운 실정이다.
가맹본부의 횡포 속에 속앓이 중인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늘고 있다.
30일 중소기업중앙회는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바이더웨이 등 전국 편의점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편의점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불공정 행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는 사뭇 충격적이다.
편의점 10곳 중 6곳이 본부가 오픈 당시 제시한 예상매출액에 미치지 못한 채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본부가 제시한 예상매출액은 일 평균 144만원이었지만 전체 조사 대상 중 34%만이 이를 달성하고 있었다.
편의점주 과반수 이상이 현재 국내 편의점 업계가 '과잉 경쟁 상태'에 놓여 있다고 인식하는 가운데 △24시간 영업에 따른 인건비등 과다(62.2%) △가맹본부의 이익배분(로열티) 과다(45.2%) △매출 부진(44.7%) 등은 흑자 전환을 가로막는 이유로 지목됐다.
우월적 지위를 통한 가맹본부의 '갑질'도 여전했다.
가맹점 10곳 중 4곳이 본부와 거래에서 △심야영업 강요 △상품공급 및 영업지원 중단 △영업지역 미보호 등 불공정 또는 부당행위를 경험했다. 하지만 대부분 가맹점주들은 별다른 대응도 못한 채 거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맹점의 67.7%가 가맹본부와 계약을 체결할 때 협상력이 없다고 밝히는 등 가맹본부와 편의점주 간 '갑을 관계'라는 인식이 여전했다. 때문에 가맹점주 10명 중 6명은 계약해지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조유현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이번 편의점 실태조사는 지난 대선시 논의되었던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재확인 한 것"이라며 "소상공인이 겪고 있는 '갑을 문제'를 해결을 위한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