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학 교재나 학원 선택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기준 <천종현 소마사고력수학 연구소장>

2013-05-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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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기능의 학습과제에서 어떤 최종적 문제의 해결이나 최종적 수준의 원리를 학습하기 위해 선행해서 학습해야 할 보다 단순한 선행학습 능력을 연역적으로 분석하여 얻은 선행학습요소 또는 학습소인 간의 관계."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에서 쓴 '교육학 용어사전'에 나온 학습위계의 정의이다.

어느날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대학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시중에서 인기가 많은 어느 수학문제집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좋은 문제를 많이 담아놓은 반면 이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못했다고 독설을 늘어놓았다.

그 선배가 제기한 문제는 수학교육 프로그램이나 문제집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것은 아이가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쌓여가는 것이 있고, 내용 간의 연속적인 연관성이 스스로 학습을 고취시켜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영재·경시·사고력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것들 중에서는 학습위계를 고려한 학습설계보다는 난이도와 단편적인 장점들을 모아놓은 것들이 많다.

한국 수학교육은 전반적으로 속도에 굉장히 민감하다. 선행의 정도, 더하기 빼기 20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 한 프로그램을 마치는데 걸리는 시간 등의 '속도'가 그보다 중요한 정확한 개념과 실력의 축적에는 방해가 되는 경우들을 많이 본다.

수학은 하나의 주제를 공부할 때 먼저 선행되어야 할 개념이 있다. 또, 학생이 막혔을 때 문제 해결을 모두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기본이 되는 개념을 되새겨주면서 학습 주제의 핵심적인 부분은 스스로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학습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심화학습은 그 주제와의 연관성을 가지고 제 학년을 뛰어넘는 개념을 제시해줄 때 효율적인 학습이 이루어진다. 심화학습의 예를 들면, 초등학교 5학년 약수와 배수를 공부하면서 중학교 1학년의 약수와 배수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하고, 상위권 학생의 경우 심화문제를 선택하는 데 있어 5학년 수준의 문제에서 말을 꼬아놓은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중등상위 개념이 필요한 문제로 확대해주는 것이 학생의 학습이 축적되는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개념을 정확하게 잡아가는 학습 및 개념과 개념 간의 학습위계를 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집 한 권을 고를 때도 학습위계와 개념학습의 확인을 통해 문제집의 수준과 목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고, 이는 교과문제집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난 7차 개정에서 초등학교 4학년 수학교과서의 수직과 평행 내용에서 동위각과 엇각은 삭제되었고, 이는 중학교에서 배우게 된다. 학습위계상으로 평행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면 동위각과 엇각을 배우는 것이 평면도형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각도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교과서에 담긴 내용 그대로를 담고 있는 교과문제집도 있는 반면, 심화학습까지 목표로 하는 단계의 교과문제집에서는 동위각과 엇각을 다루고 있다.

체계적인 수학학습이란 개념학습을 기본으로 하면서 학습위계가 잘 정립되어 있는 학습을 말한다. 우리 아이의 수학학습지나 학원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은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 이상으로 구성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어서 수학실력이 축적될 수 있을지를 보는 것이고, 덤으로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면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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